바른정당, 반기문 불출마에 '낙동강 오리알 되나'
바른정당, 반 전 총장에 러브콜 보냈지만 '불출마'
'남-유 2파전'에 바른정당 의원들 단일화 기대
바른정당, 반 전 총장에 러브콜 보냈지만 '불출마'
'남-유 2파전'에 바른정당 의원들 단일화 카드 '만지작'
"굉장히 아쉽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끝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바른정당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 등 두 명의 대선 주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로서 반 전 총장의 입당을 기다려왔던 만큼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꿈틀거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뒤쫓고 있었다. 귀국 때보다 지지율은 점차 떨어졌지만 마땅한 대선 후보를 찾지 못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선 반 전 총장을 향해 러브콜을 끊임없이 보내왔다.
최근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의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당을 선택,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어느 정당도 선택하지 않은 채 1일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면서 성공한 나라, 실패한 나라를 봤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자세로 정치에 투신할 것을 고려해왔다"며 "지난 3주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협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말씀 드려왔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런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를 인격살해와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는 실종되면서 저의 가족과 10년 동안 공직에 있었던 유엔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며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 비춰 저는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고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바른정당 대표는 취재진에게 "우리는 굉장히 아쉽다.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을 위해서 함께 하기를 바랐는데 아쉽지만 본인의 뜻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불출마 선언하며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우리가 반 전 총장의 순수한 뜻을 받들어서 (그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바른정당이 정치개혁, 보수 개혁을 이루는 데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반 전 총장에게 바른정당의 행보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바른정당은 일단 '남-유 2파전'으로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은 유 의원이 제안한 '보수 후보 단일화'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두 후보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단일화 카드를 버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소속 한 중진 의원은 "반 전 총장의 하차는 아쉽고 안타깝다"면서 "우리 당 대선 후보들이 좀 더 많은 지지를 받으면 좋겠지만 보수 후보가 여러 명일 경우 단일화 논의는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의 입당을 바라왔던 바른정당 의원들은 '안타깝다'고 말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눈에 띄는 대선 주자가 없어 보수 진영 전체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은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 사이 '보수의 재기'를 꾀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바른정당의 단기목표가 상실되자 당 지지율 하락은 물론 이러다가 다시 새누리당과 합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우리 당에 반 전 총장이 올까말까 기대만 하다가 이렇게 됐다. 새누리당에 남아있는 충청 의원들의 이동 가능성도 더 낮아졌다"면서 "이러다가 다시 새누리당하고 합치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3월 초쯤 당내 경선이 예상되는데 그전에 어떤 대안이라도 필요해 보인다"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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