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탄' 판커신에 당한 심석희, 박승희 되지 못해 자책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7.02.22 07:05  수정 2017.02.22 14:41

[동계아시안게임]쇼트트랙 500m에서 나쁜 손에 당해

"상황 못 막았다" 자책..강력한 규정 적용 뒤따라야

심석희 잡아당기는 판커신(왼쪽). ⓒ 연합뉴스

쇼트트랙 심석희(20)가 판커신(24·중국) 나쁜 손에 피해를 입고도 자책했다.

심석희는 21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마코마나이 빙상링크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판커신에 당한 것도 모자라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전날 주종목 1500m 금메달을 대표팀 후배 최민정(19)에게 내줬던 심석희는 한국 쇼트트랙이 최근 갈고 닦은 단거리 500m에서의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심석희는 중국 선수 2명, 일본 선수 1명과 결선에 나섰다. 스타트 후 2위로 달리던 심석희는 판커신의 뒤를 바짝 쫓았다. 코너링 구간에서 판커신을 앞지르기 위해 심석희는 때를 기다리며 돌았다.

마침내 마지막 바퀴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심석희는 판커신의 틈을 노려 인코스를 파고들었고, 마지막 코너링만을 남겨뒀다. 이 구간만 통과하면 금메달이 확실시 됐다.

하지만 어김 없었다. 2위로 밀린 판커신은 심석희의 허벅지와 정강이를 대놓고 잡아당기며 레이스를 방해했다. 중국 동료 장이쩌를 1위로 만들기 위한 눈물겨운(?) 꼼수였다. 김동성-진선유 해설위원도 “스케이트는 저렇게 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라며 개탄했다.

마지막 코너링에서 판커신 나쁜 손에 주춤한 심석희는 결국 장이저-판커신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이 동메달로 바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경기 후 판독 결과는 더 큰 충격을 가했다.

심석희가 인코스를 파고드는 과정에서 판커신과 엉켰던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지만 심석희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판커신에 힘입어 장이쩌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4위로 들어왔던 이토 아유코가 행운의 은메달을, 준결승 4위로 파이널B 1위에 있던 최민정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에게는 최악의 결과였다.

판커신에 당한 심석희. ⓒ 연합뉴스

하지만 심석희는 자신을 탓했다.

심석희는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코스로 들어가는 타이밍에 문제가 있어 실격이 된 것 같다”며 “판커신은 나를 잡아서 실격된 것 같다. 예상하고 나섰는데 그런 상황 자체를 막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부족했다. 남은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말했다.

상황 자체를 피하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푸념과 자책이었다.

전날 여자 쇼트트랙 1500m는 물론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떨쳐온 판커신의 나쁜 손은 악명 높다. 판커신은 2014 소치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에서 1위로 달리던 박승희의 옷을 몇 번이나 잡아채려 팔을 뻗었다. 다행히 박승희는 금메달을 차지했고, 펀커신이 은메달, 심석희는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박승희는 “판커신이 뒤에서 닿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버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심석희가 박승희처럼 판커신을 따돌리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한 것을 두고 한국 쇼트트랙 팬들은 “심석희는 억울하다. 강도에게 당한 피해자가 더 빨리 도망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가”라며 개탄했다.

쇼트트랙에서의 비매너 플레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순간의 작은 처벌로 큰 것을 취할 수 있다는 굴절된 사고가 머리에 박힌 것이다.

이날도 판커신은 자기를 버리는 헌신(?)으로 심석희를 막고 장이쩌의 금메달을 만들어줬다. 중국 일부 언론들은 “판커신은 쇼트트랙의 다양한 기술을 쓰고 있다”며 감싸는 분위기다.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선수에게 보낼 수 있는 우회적 찬사다.

항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쇼트트랙은 얼음 위에서의 구슬땀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쇼트트랙에도 축구처럼 레드카드 제도, 출전 정지 등에 대한 강력한 규정이 있긴 하다. 하지만 레이스 도중 발생한 몸싸움에 대해서는 레드카드를 거의 꺼내지 않는다. 판커신 같은 나쁜 손이 얼음판을 흔드는 쇼트트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과 규정 적용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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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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