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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대망론은 영남패권주의에 또 사라질 것인가


입력 2017.02.25 07:28 수정 2017.10.16 10:14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민주당 경선 이순신도 문재인 못이긴다는 구도

호남 출신 주자 안보이는 상태에서 호남 민심 절대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오른쪽) 안희정 충남지사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6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정두언 전의원이 ‘민주당 경선, 이순신 장군 나와도 문재인에 진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다른 후보가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며, “20만으로 추정되는 소위 ‘친문 결사대’가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경선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심지어 안중근 의사, 이순신 장군이 나와도 힘들다”고까지 했다. “세종대왕이 나오면 혹시 이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그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두언 전의원의 ‘재기’에 탄복한다. 지금의 정치현실을 이렇게 피부에 와 닿게 표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순신 장군의 고향은 충청도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충청대망론’을 이야기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낙마했다. 안희정 지사는 현직 충남도지사다. 그나마 문재인 전대표에 맞서고 있다. 정두언 전의원은 안희정 지사 마저 결국 낙마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 같다. 결국 PK(부산·경남)출신 문재인에 충청출신들이 힘을 못쓸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JP의 말을 빌자면, 정치적으로 충청은 그야말로 ‘핫바지’취급을 당한다.

‘웬 뜬금없는 지역감정’이냐고 의아해 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정두언 전의원의 의도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지역주의의 그늘 아래 있다. 대한민국 정치는 결국 영·호남의 잔치에 다른 지역은 들러리를 서고 있는 형국이었다. 영·호남 외의 다른 지역이래야 ‘충청’정도다. 수도권은 표심이 모이질 못한다. 영·호남 패권주의가 선거때 바람으로 수도권에 상경하고 표심으로 반영된다. 그러니 나름의 지역색이 있을 수 없다. 강원 등 다른 지역도 도세(인구와 결집력)가 약해서 정치적으로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 총선 때야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대선에서는 매우 제한적이다. ‘제3영역’은 살아남기 힘들다.

영남은 TK(대구·경북), PK로 나뉠 수 있으나, 최근 대선에서는 선거 때마다 쏠림현상이 있어 왔다. ‘우리가 남이가’로 정리되는 영남의 표몰이 현상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TK는 차기대선에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결국 PK만 남았다. 게다가 호남 대선주자의 부재가 현실적 상수가 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여야를 막론하고 PK 대선주자들의 각축장이 되었다.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주자가 경합하고 있고, 여권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기지개를 켜는 형국이다. 어차피 이런 추세라면 PK출신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뭔가 ‘감동있는 새로운 드라마’를 바라는 것 같다. ‘지역패권주의’의 폐해를 경험으로 알고 있고, 뻔한 결말은 식상하기 때문이다. 이참에 지역주의의 연장을 종식시키자는 의견들도 많다. 그래서 등장한 말이 ‘충청권 대망론’이리라. 충청권이라고 했지만 ‘비영호남’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중부권’이란 말도 쓰게 된다. 그 대안이 낙마한 반기문 전총장이고, 요즘 주가를 올리는 안희정 지사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 영남이나 호남과 달리 충청은 정치적 세가 약하다. 어느 편으로 ‘쏠림현상’이 부족하다. 수도권이 그렇듯 그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충청도 양반’이라는 말에서도 드러나듯이 ‘치우침’은 충청도 사람의 미덕이 아니다. 좀 야박하게 표현하자면 영·호남 주도의 정치권에서 살아남는 충청식 적응법이다. 오죽하면 ‘천하의’ JP가 대통령을 포기하고 대신 10선이라는 전인미답의 정치적 성과에 집착했겠는가. 또 내각제를 주장하고, DJ와 연립정부를 구성했겠는가.

정당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우리 정치현실에서 영·호남의 정치적 의미를 잘 안다. ‘경선’을 치르다 보면 피부로 느낀다. 지금은 갈라졌지만, 구 새누리당의 (대표, 대통령후보 선출) 경선은 TK, PK의 대주주를 상대로 한 구애행사다. 수도권은 대의원 규모에서 TK, PK와 비슷하지만, 표가 모아지지 않아 힘을 갖지 못한다. 충청은 지역구별로 보면 영남에 비해 거의 10분의 1 규모이고, 호남은 형식적인 참여에 만족해야 한다. 숫자도 숫자지만 적극성(투표참여 등)면에서 차이가 크다.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선거때는 항상 있기 마련인) ‘위기 시 버텨줄 지역기반’은 대선주자에겐 언제나 필수적이다. 현 야권도 영남 대신 호남이 들어갈 뿐 양태는 거의 비슷하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가 없는 야권에서도 호남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다시 정두언 전의원의 말로 돌아가자.

이순신 장군은 충청출신이다. 하지만, 영남과 호남 앞바다에서 싸웠다. 그리고 그곳에서 결국 장렬히 전사했다. 역사는 그렇게 반복되는가?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안희정 충남지사가 현실적으로 경선에서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응원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감인가’라는 질문과는 별개로 뭔가 새로운 (역전)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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