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8강에 오르기 위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올인’이었다. 세르히오 아게로를 비롯해 라힘 스털링, 케빈 데 브라위너, 르로이 사네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나섰고, 4-1-4-1 포메이션으로 허더스필드를 맞았다.
경기는 자칫 꼬일 뻔했다. 초반부터 점유율 높이며 상대를 압박하던 맨시티는 전반 7분, 해리 번에게 선취골을 얻어맞으며 0-1로 끌려갔다.
이내 전열을 재정비한 맨시티는 전반 30분 사네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아게로의 페널티킥 골, 그리고 사발레타의 연속골까지 더해 전반을 3-1로 앞선 채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서도 맨시티의 공세는 매서웠고 2골을 더 보태며 5-1 대승을 완성할 수 있었다.
맨시티는 지난달 19일 허더스필드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16강 매치업 중 유일하게 재경기를 치르게 된 맨시티였다. 그리고 이번 2차전을 앞두고 과르디올라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FA컵을 손 놓자니 2부 리그 팀에 밀리게 된다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경기에 힘을 쏟기에는 다가올 빡빡한 일정이 고민거리였다. 결국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후자였다.
다행히 주전 선수들을 모두 투입해 5-1 대승을 거뒀지만, 이에 대한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맨시티는 오는 6일 선덜랜드와 리그 원정 경기를 치른다. 5일 휴식 후 11일에는 미들즈브러와 FA컵 8강전을, 16일에는 AS 모나코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 2차전을 떠난다. 11일로 예정돼있던 스토크 시티와의 리그 경기는 추후 편성된다. 20일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가 있다.
사실 어느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게 과르디올라 감독의 속내다. 올 시즌 역대 감독 최고 연봉을 받으며 맨시티에 입성했지만, 무관의 가능성이 점점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PL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16승 4무 5패(승점 52)를 기록,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아직 26라운드를 치르지 않아 2위 도약도 가능하지만 승점 11 차이로 벌어진 선두 첼시를 따라잡기에는 다소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걸린 4위 싸움이 한창이라 매 경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모나코와의 1차전서 5-3으로 승리했지만, 2차전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다. 상대는 올 시즌 유럽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모나코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시즌에는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4강까지 오른 바 있어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현실적으로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회는 FA컵이다. 만약 한 수 아래인 미들스브러를 꺾는다면 당장 4강에 올라 2010-11시즌 이후 6년만의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무관에서 벗어나고픈 과르디올라의 올인 전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맨시티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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