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 참사’ 재연? 거듭된 이변 희생양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7.03.07 00:09  수정 2017.03.07 06:46

한 수 아래 여긴 이스라엘에 1-2 충격패

남은 경기 전승해야 2위 바라볼 수 있어

[WBC]이스라엘에 1-2 충격패를 당한 한국. ⓒ 연합뉴스

충격적인 패배다. 한국 야구가 야구를 한다는 것조차 생소한 이스라엘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1라운드 A조 첫 경기서 이스라엘에 연장 접전 끝에 1-2 패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던 패배였다.

이날 한국 투수들은 선발 장원준을 시작으로 임창용까지 무려 8명을 쏟아 붓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면서 안타 8개, 볼넷 9개를 내주는 등 비효율적인 야구를 펼치고 말았다. 급기야 경기 막판에는 계속된 위기에 몰리며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마무리 오승환 카드까지 쓰고 말았다.

타선은 7개와 안타와 6개의 사사구를 얻어냈지만 득점은 고작 1점이었다. 출루의 대부분은 산발적으로 이뤄졌고, 어렵게 만든 찬스에서는 타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이지 않았다.

이날 패배가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는 야구 변방 이스라엘에 당한 일격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올림픽이나 WBC 등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세계랭킹 역시 41위에 불과하다. WBC 본선 라운드 출전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자국 내에서의 야구 인기도 미미한 편이다. 야구 인구는 약 2000여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은 유소년, 사회인 야구에 몸담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 대표팀에 포함된 선수들은 유태계 미국인들이지만 전직 메이저리거 또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라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정반대였다. 이스라엘 선수들은 강한 응집력을 발휘했고, 무엇보다 잘 맞은 타구를 수차례 걷어낸 환상적인 수비가 돋보이는 팀이었다. 여기에 제리 웨인스타인 감독이 예고한 대로 싱커볼러인 제이슨 마키 이후 등판한 강속구 투수들도 위력적인 볼을 뿌렸다.

이는 흡사 ‘타이중 참사’로 일컬어지는 2013 제3회 WBC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 이번 이스라엘처럼 생소한 네덜란드와 1라운드 첫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0-5 참패. 특히 실책을 4개나 저지르며 자멸한 부분이 너무도 컸다.

2013 WBC서 '타이중 참사'에 희생된 류중일호. ⓒ 연합뉴스

이번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역시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이지만 대표팀 타선이 공략 못할 투수진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지훈련과 평가전서 살아나지 못한 타격감이 끝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한국은 2013년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패한 뒤 호주, 대만을 잇달아 꺾었지만 ‘팀 성적 지표(TQB)’ 규정에 의해 3위로 밀리며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TQB’ 대신 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3팀이 2승 1패가 된다면 4가지 지표에 의해 1위 팀을 가린 뒤 2~3위팀이 단판 플레이오프를 펼치는 것이다.

이스라엘전 패배를 떠안은 한국은 남은 경기 전승이 불가피하다. 최약체로 꼽히는 대만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이튿날 만나게 될 네덜란드는 A조 최강으로 꼽혀 고전이 예상된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잡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의 3전 전승까지 바라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한국 야구 앞에 놓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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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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