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영입 인재로 '인재(人災)' 맞을 수도
캠프 인사들 잇단 구설수로 사과·사퇴 반복…당 안팎서 비난
"더 이상 영입된 개개인 아니라, 영입 추진한 문 전 대표 문제"
지지율 1위 대선 후보이자 역대급 규모의 인재풀로 주목을 받아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측근들의 잇단 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준비된 후보’라는 타이틀에도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당 안팎의 타 주자들로부터 거센 공세를 받는 등 실점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더문캠은 13일 ‘일자리위원회’ 소속 위원 1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중 정영태 전 동방성장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2013년 업무용 전자우편으로 대기업에 아들의 결혼 소식을 알린 것이 문제가 돼 자리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다고 ‘한겨례’가 보도했다. 실제 더문캠은 언론의 이러한 문제 제기 후, 정 전 사무총장이 빠진 명단을 재배포했다.
일자리 분야는 문 전 대표가 당선 후 청와대 직속기구까지 만들겠다고 밝힐 만큼 무게를 두고 있다. 또 각종 공개 행보와 TV 토론회 석상에서도 매번 일자리정책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상황이다. 메머드급 인재영입에 비해 인사 검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시작은 더문캠의 외연확장을 위해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영입하면서부터다. 전 전 사령관은 지난달 7일 언론 인터뷰에서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거센 파장이 일었다. 그는 당시 "지금도 발포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 아무도 모르잖나"라면서 "특전사가 살인마처럼 비춰지는 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5.18 책임자인 정호영 전 특전사령관을 '고마운 선배'라고 지칭한 데 대해 "정호용은 그런 책임이 있지만, 제가 이야기했던 건 그 분이 인간적으로 부하를 대했다는 것이다. 그 부분을 본받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5.18 발포 책임을 전면 부인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여기에 아내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같은 달 학교 공금 횡령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자, 전 전 사령관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내의 결백을 주장하며 “우리 집사람이 비리가 있었다면 제가 어떻게 했을 거라 생각하시느냐. 권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고, 결국 캠프에서 자진 하차했다.
이뿐이 아니다. 문 전 대표가 지난 4.13 총선 당시 영입한 양향자 최고위원은 최근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전문 시위꾼’으로 빗대 뭇매를 맞았다. 문재인표 어벤저스 중 한 명인 표창원 의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체 풍자화 ‘더러운 잠’을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했다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손혜원 의원은 그간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과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으나, 최근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계산된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문 전 대표로부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고 더문캠 홍보부본부장 직책을 내려놨다. 문 전 대표도 손 의원의 사퇴 의사를 곧바로 수리했다.
이처럼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의 ‘자책골’이 계속되자, 당 안팎의 공세도 한층 거세지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제1당인 민주당 경선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잇단 측근 문제가 문 전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문 전 대표가 영입한 ‘4인방’을 언급한 뒤 “문 전 대표 영입 인사는 지뢰밭인가”라며 “문 전 대표는 준비된 후보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껏 준비된 망언만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더 이상 영입 인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영입을 추진한 문 전 대표 본인의 문제”라고 힐난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면서 줄줄이 사퇴하는 형국”이라며 “국민들이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능력에 믿음을 갖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시장 측도 문 전 대표가 캠프 규모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식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안 지사는 지난 3일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역대정부에서도 대통령이 되고 나면 대부분 선거운동을 도왔던 분들이 정부를 접수하게 되다보니, 경선과정의 메머드급 캠프나 조직이 당 중심의 정부 구성과 부딪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도 1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대선 후보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참모 그룹을 두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도하게 세력을 구성하면 당은 들러리가 되어버린다”며 문 전 대표 측근 중 논란이 일었던 인사들을 언급한 뒤 “다수의 약자를 중심으로 하는 공정한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취지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 매우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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