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대한상의, 위상 ‘재조정’…역할 분담 이뤄질까
전경련, 정경유착 근절...씽크탱크 역할 강화
상의, 대정부 소통창구로 책임감 커져...한계 뚜렷
전경련, 정경유착 근절...씽크탱크 역할 강화
상의, 대정부 소통창구로 책임감 커져...한계 뚜렷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혁신안 실행으로 조직이 대폭 축소되면서 대한상공회의소와 나눠 맡아온 재계 대변자로서의 역할과 위상이 재조정되고 있다. 전경련이 그동안 해온 경제계 맏형 역할을 대한상의가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계가 뚜렷해 부재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조직과 예산을 대폭 줄이고 한국기업연합회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는 등 혁신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상의는 정치권과 소통의 폭을 넓히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전경련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한상의가 정부와 정치권 상대의 소통 창구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경제 5단체 중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나머지 3단체는 특정분야에 집중하는 특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상의가 회원사가 대기업에서 지역 중소상공인까지 모두 망라하고 있는데다 전경련이 기업·경제 관련 현안에 대해 30대 그룹 등 대기업 중심으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역할 대체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전경련, 조직 축소로 민간 경제외교 기능에 집중
전경련은 지난 24일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향상, 싱크탱크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최순실게이트로 커진 부정적 이미지로 해체 여론이 아직 비등한 터라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권고 거리를 두면서 민간 경제외교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기존 7개 본부 중 기획·경제·산업·사회본부를 없애고 민간경제외교(국제협력실), 회원사 소통(사업지원실), 홍보(커뮤니케이션본부) 등 1본부 2실로 조직을 축소했다. 회원사 소통과 홍보가 경제단체로서 최소 기능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민간경제외교 기능만 남은 것이다.
커뮤니케이션본부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기업 및 경제 이슈 발생시 회원사들의 의견을 정부나 국회 등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는 기존 공적역할을 주도했던 사회본부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또 기존 경제·산업본부의 정책연구기능은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이관해 한경연의 싱크탱크 기능이 강화되는 등 민간부문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경연이 지금까지 정부정책에 대한 각종 조사를 토대로한 제언을 해왔던 만큼 그 역할과 기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민간경제외교 기능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위상을 갖추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경제인 모임인 BIAC 등 다자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과 매년 양국 재계회의도 개최한다.
올해만 보더라도 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산하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의 2차 회의를 국내에서 개최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하반기에는 일본 게이단렌과 함께 아시아경제단체 회의체인 ABS 8차 회의를 주관할 예정이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지난 24일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대외관계나 국제관계에서 기업들 간 먼저 협의해 온 민간 경제협력 외교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정재계 가교 역할 보폭 넓혀...소통 강화
전경련이 내부 혁신에 집중하는 가운데 대한상의는 정재계 가교 역할에 보폭을 넣히고 있다. 우선 대선 후보들을 연이어 초청해 각종 경제 관련 공약들을 점검하는 간담회를 마련해 지난 28일 첫 순서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초청, 진행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비롯,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 등에서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대로 협의를 거쳐 간담회를 계속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과거 대선 때도 주요 후보들을 초청해 경제나 기업과 관련한 공약과 정책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전경련과 상대적으로 대비되며 대한상의의 위상이 부각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지난 23일 각 5대 정당 대표들을 직접 만나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하는 등 재계 대변자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매 대선 때마다 재계가 100여건의 탄원리스트를 건의하던 것과 달리 ‘공정사회, 시장경제, 미래 번영’의 3대 틀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9가지 과제 등 일종의 아젠다를 제시하면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용만 회장은 당시 “과거처럼 기업들의 ‘위시리스트’를 드리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젠다’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연초 시무식에서도 “올해 기업인들이 의견을 구할 곳은 이제 대한상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정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과 대한상의의 태생과 기능이 달라 전경련의 부재 속에 대한상의가 대체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한상의는 법정 경제단체로 정부에서 위임한 업무도 수행하는 등 기능적 측면에서 재계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전경련이 민간경제외교 부문을 강화하면서 양 기관의 역할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치권과의 소통이나 민간경제외교 등 국내외에서 주어진 역할과 업무에 충실한다는 방침”이라며 “민간경제외교 부문도 그동안 각각 역할이 어느 정도 구분돼 온 만큼 각자 해왔던 것에 집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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