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듯한 KIA 최형우, 친정 야유 딛고 비수
친정 삼성과의 대구 개막전에서 헬멧 벗고 인사
야유에 위축되지 않고 결승 3루타로 위력 과시
최형우(34·KIA 타이거즈)가 야유가 쏟아지는 친정 라이온즈 파크에서 비수를 꽂았다.
최형우는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전 삼성과의 원정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3루타) 1타점을 기록했다. 2-1로 달아나는 소중한 타점이었다.
KIA는 최형우 타점과 나지완 만루홈런 등에 힘입어 7-2 승리했다.
2002년 입단해 지난해까지 삼성맨으로 맹타를 휘둘렀던 최형우에게 이날 개막전은 무척이나 설렜다. 지난해 138경기 타율 0.376, 144타점을 기록한 최형우는 2016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었다.
최형우는 4년 100억 원이라는 당시 최고액으로 ‘고향팀’ KIA로 이적했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보다 먼저 FA 100억원 시대를 연 것이 최형우다.
묘하게도 최형우에게 개막전 상대는 삼성이었다. 장소도 정든 대구다. 최형우는 첫 타석에 들어서면서 지난해 박석민(NC)처럼 삼성 야구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깍듯하게 인사했고, 삼성 구단 측도 최형우 등장곡을 틀며 화답했다.
환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팬들의 야유도 있었다. KIA와 FA 계약을 맺고 이적한 것에 대한 서운함도 깔려 있었지만, 이적 당시 ‘소외감 인터뷰’로 인해 마음이 상했던 팬들이 많았다.
야유가 들리는 가운데 최형우는 첫 타석 3루 땅볼 두 번째 타석 삼진으로 물러났다. 대구 홈팬들의 야유가 더 커져가자 “최형우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로 새어나왔다.
그때 최형우는 위력을 내뿜었다. 최형우는 1-1 동점인 6회 2사 2루 찬스에서 페트릭의 공을 잡아 당겨 우측 깊은 곳으로 때려 보냈다. 이승엽이 1루에 들어서면서 외야로 전향한 우익수 구자욱이 타구를 쫓아갔지만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최형우는 3루까지 내달렸다. 발목이 좋지 않아 지명타자로 나온 최형우가 3루까지 질주했다. 지난 시즌 3루타가 2개 밖에 없던 최형우가 시즌 첫 안타로 3루타를 때린 것이다. 그리고 최형우의 이 한 방은 결승 타점이 됐다.
어색함이든 야유든 모두 최형우가 안고가야 할 짐이다. 그 짐에 눌리지 않고 지난해의 파워와 근성을 보여준 최형우의 2017시즌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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