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청약제로' 단지 속출…분양시장 수도권 쏠림 심화
2월 35개 단지 중 18개 단지 미분양 발생, 수도권은 수십대 1
미분양 늘고 있지만 예정물량도 지방에 집중
올 봄 분양시장에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서울·수도권, 부산 등 대도시에서 분양한 단지는 수십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반면, 충청·경상권 등 지방에서는 ‘청약제로’ 단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년간 지방의 미분양 주택수가 2015년 대비 42% 급증한 가운데, 이달 분양예정인 물량도 지방에 쏠려 있어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3일 업계와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분양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총 35개 단지로, 이 중 절반가량인 18곳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1순위에서 마감을 기록한 곳은 15곳으로 대부분 서울·수도권 단지들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방에선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거나 극소수인 일명 ‘청약제로’ 단지들이 등장했다. 실제 지난달 충북 음성군 생극면 신영리 분양한 ‘음성 생극 태경 에코그린’은 104가구를 공급했지만, 1순위와 2순위에서 청약접수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경북 칠곡에서 68가구를 공급한 ‘칠곡 왜관드림뷰’에는 청약접수자가 10명에 그쳤다.
지방 청약시장 약세는 지난해부터 어느정도 조짐이 보였다. 지난해 9월 충북 진천에서 270가구의 아파트 분양에 나선 한 건설업체는 1순위에서 청약자 '0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2순위에서도 청약자가 1명에 그쳤다.
한때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00대 1에 달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제주시 분양시장도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분양한 제주시 조천읍 제주조천 코아루 더테라스의 1순위 경쟁률은 0.06대 1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 대진유토피아와 제주시 이호이동 제주 이호 엘리시아의 1순위 경쟁률도 각각 0.01대 1, 0.06대 1을 기록하며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
반면 부산과 광주, 서울 방배와 평택 고덕신도시 등은 여전히 1순위 마감을 기록하며 호황을 보였다.
지난달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초읍동에서 481가구를 분양하는 ‘부산 연지 꿈에 그린’에는 10만9805명이 몰려 올 들어 가장 높은 평균 228.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평택 고덕신도시 파라곤은 평균 경쟁률 49.38대 1을 기록했고, 고덕 자연앤자이 28.8대 1, 서울 방배아트자이 9.8대 1 등 높은 청약 경쟁률로 순위 내에서 마감됐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미분양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서는 미분양이 줄어들고 있지만, 기타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2월말 기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4만3049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만2917가구(42%)가 증가했다.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이른 바 ‘악성 미분양’은 3753가구에서 4989가구로 2.9% 증가했다.
특히 경남이 3배 이상(3676가구→1만1117가구), 경북이 2배 이상 (3490가구→7785가구) 늘어났다.
반면 수도권은 작년 대비 미분양이 줄면서 지방과 상반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총 1만801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57가구(28%)가 감소했다. 악성 미분양 역시 2514가구로 37.7% 줄었다.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물량이 몰리면서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 40곳에서 2만1228가구(임대 제외)를 일반에 분양한다. 이 중 지방은 1만2032가구로 56.7%를 차지한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기도에서 7046가구(33.2%), 경남 3838가구(18.1%), 충북 3487가구(16.4%), 서울 1500가구(7%) 순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은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많지 않고, 투자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 한파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그러나 오히려 분양시장 관심이 낮아지면 실수요자는 청약 경쟁상대가 줄어 오히려 당첨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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