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손흥민, 시즌 막판 골 폭풍 몰아치나
왓포드전 멀티골 맹활약, A매치 휴식기 이후 3G 연속골
시즌 20골은 물론, 리그 15골도 가능한 페이스
손흥민은 지난달 28일 국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시리아와 경기를 치른 뒤 소속팀 토트넘으로 복귀했다.
특히 A매치 기간 동안 국가대표팀에서의 아쉬운 경기력에 대한 수많은 비판,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이라는 문제까지 더해졌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고, 부진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영국에 도착한 지 3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경기에 투입돼 득점포를 가동했고, 6일 스완지 시티와의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서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렸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8일 왓포드와 경기에서는 멀티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컵 대회를 포함하면 올 시즌 18번째 득점이다. A매치 휴식기 이후에는 3경기 연속골.
지난해 9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던 시기 못지않은 득점 행진이다. 현재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시즌 20골은 물론이고, 리그 15골도 가능하다. 몰아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상도 가능할지 모른다.
손흥민의 왓포드전 맹활약은 이러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왼쪽 측면에 위치해 선발로 나섰고,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슈팅 각도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과감한 슈팅 시도로 상대 수비에 혼란을 가져왔다. 측면 풀백과의 연계 플레이와 적극적인 침투로 상대 측면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결국 손흥민은 전반 33분 델레 알리의 환상적인 득점을 도왔고, 6분 뒤에는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반 박자 빠른 슈팅 시도로 에릭 다이어의 추가 득점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전반 44분 손흥민은 간결한 드리블과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왓포드의 골망을 갈랐다. 골문 구석을 노린 완벽한 슈팅으로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손흥민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10분에는 키에런 트리피어의 크로스를 침투에 이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며 다시 한 번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35분에는 해리 케인이 내준 볼을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도 골문을 벗어났다. 왓포드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시도한 빠른 역습이었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었기에 해트트릭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3분 뒤에는 트리피어의 측면 패스를 받아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때렸다. 공간 침투와 슈팅력이 빛났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조금만 더 침착했고, 운이 따랐더라면 해트트릭을 넘어 한 경기 4득점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후반 막판 교체된 손흥민의 얼굴에서 멀티골에 대한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던 이유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이날 손흥민은 팀 승리에 일등 공신이었다. 멀티골과 1도움을 기록하면서 팀의 완승을 이끌었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면서 홈팬들의 기립박수도 받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동료들의 격려와 축하를 받았으며, 축구전문통계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9.2점을 부여받았다. 경기 최우수 선수도 그의 몫이었다. 더 많은 골을 기록하지 못한 아쉬움은 4경기 연속골로 풀어내면 된다.
이제 토트넘은 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첼시와 FA컵 4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최대 9경기가 남게 된다. 특히 토트넘은 절대 패배할 수 없는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 시즌 첫 맞대결에서 패배의 아픔을 선사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등 중요한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우승을 노리는 FA컵 4강전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손흥민이 빛날 수 있는 경기들은 아직 많이 남았다. 득점을 몰아치고, 침묵을 반복하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올 시즌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과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가 이전보다 좋아졌고, 슈팅력이란 최고의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기에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득점에 대한 갈증을 보이는 손흥민. 그의 시즌 막판 골 폭풍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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