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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남상미 "'롯데리아걸', 가장 빛났던 순간"


입력 2017.04.14 09:05 수정 2017.04.17 07:20        부수정 기자

KBS2 드라마 '김과장'서 윤하경 역 맡아

2년 6개월 만에 복귀…"현장에 있을 때 행복"

배우 남상미는 '롯데리아걸' 시절에 대해 "내가 가장 순수하고 씩씩했던 시기"라고 말했다.ⓒ제이알이엔티

KBS2 드라마 '김과장'서 윤하경 역 맡아
2년 6개월 만에 복귀…"현장에 있을 때 행복"


"가장 풋풋하고, 순수하고 건강했을 때였어요. 스스로 용돈을 벌었는데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씩씩하고 열심히 일했거든요. 그때, 그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요."

배우 남상미(32)는 데뷔 전 '한양대 롯데리아걸'로 유명했다. 이를 계기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에게 '롯데리아걸' 수식어을 언급했더니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순간이자 내가 가장 빛났던 시기"라고 말했다.

남상미는 2003년 MBC 드라마 '러브레터'로 데뷔해 '백수탈출'(2003), '어여쁜 당신'(2005), '달콤한 스타이'(2005), '개와 늑대의 시간'(2007), '식객'(2008), '빛과 그림자'(2011), '복숭아 나무'(2012), '결혼의 여신'(2013), '슬로우 비디오'(2014), '조선총잡이'(2014)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렸다.

2015년 1월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혼한 그는 같은 해 11월 딸을 출산하면서 결혼생활과 육아에 매진해왔다. '롯데리아걸'은 어느덧 데뷔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김과장'에선 윤하경 대리 역을 맡아 당찬 면모를 보여줬다.

배우 남상미는 KBS2 '김과장'에 대해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제이알이엔티

13일 서울 방배동에서 남상미를 만났다. 남상미는 이미지와는 달리 밝고 유쾌한 배우로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넘친다. 인터뷰에서도 시종일관 분위기를 이끌며 당당한 윤하경 대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과장'은 10% 후반대 시청률로 인기를 얻었다.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남상미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들이 모여서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무엇보다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다. 배우들이 신을 살리면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미소 지었다.

남상미가 맡은 윤하경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표현했다. 회사 대표 아들이 소란을 피우자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척 하며 "지금 얻다 대고 큰 소리야. 남한테 피해주지 말고 닥쳐 이 자식아!"라고 일갈한 장면에선 속이 뻥 뚫렸다. '남상미 똑순이 일개미 어록'도 있을 만큼 시청자들은 남상미를 통해 대리만족했다.

회사 생활 경험이 없는 그는 캐릭터를 위해 대기업을 견학하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직장인의 애환을 오롯이 느꼈단다. 구조조정 신을 찍을 때 특히 그랬다. 직장인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여배우로서의 애환도 있을 터. 하지만 남상미는 밝게 웃으며 "인복도 많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애환'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며 "'그까이꺼 뭐'라고 털어버린다. 애환보다는 더 좋은 게 많다"고 했다.

배우 남상미는 KBS2 '김과장'에서 호흡한 남궁민에 대해 "연기를 정말 잘한다"며 "연기대상을 줘야 한다"고 웃었다.ⓒ제이알이엔티

'김과장'은 막바지에 생방송처럼 촬영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황소 체력이라 괜찮다"는 무한 긍정 답변을 내놨다. "몸이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분량이 적은 건 작가님의 배려라고 생각해요. 항상 즐겁게 일하려 하고, 현장이 제일 즐겁습니다."

'김과장'엔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멜로가 없다. 남상미가 원했던 부분이다. 오피스물에 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동료들끼리의 의리, 우정이 더 중요하단다.

남상미가 요구한 건 또 하나 있다. '욕 좀 하게 해달라'는 거다. 참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인간 남상미'의 밝고,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상대 역 남궁민에 대해선 "상대 배우의 연기를 잘 받아주시는 스펀지 같은 배우"라며 "남궁민 선배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철저하게 연기를 준비한다"고 치켜 세웠다.

연말 연기대상 얘기가 나오자 "남궁민 오라버니는 꼭 주셔야 합니다"라고 수줍게 웃었다. "그렇게 연기 잘하는 사람을 안 주면 안 되잖아요? 하하. 대작들이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남궁민 오라버니랑 준호 씨가 베스트커플상을 받아도 재밌을 듯하네요. 저는 (상을) 주시면 넙죽 받겠습니다."

사실 '김과장'은 남궁민이 이끌어가는 드라마였다. 남상미의 분량은 크지 않았다.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 "통통 튀는 캐릭터들을 받아주는 역할을 했다"며 "나까지 튀면 안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우 남상미는 KBS2 '김과장'에 대해 "이 드라마를 통해 좀 더 큰 그림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제이알이엔티

공백기 전 남상미는 주로 주연 배우로서 활약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 솔직한 마음이 궁금했다. "2년 6개월 동안 스스로 내려놨어요. 공백기 전 '배우 남상미'로 살았다면 공백기 땐 '인간 남상미'로 살았어요. 20대 때는 '무조건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자'는 부담을 느꼈는데 이젠 조금 내려놨어요. 그래서 '김과장' 땐 즐기면서 재밌게 했어요. 앞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좋지만 어떨 땐 나를 돌아보는 '쉼'이 필요해요. 그래야 더 넓게 볼 수 있거든요."

'김과장'으로 얻은 점에 대해선 "이전엔 '내것', '내 연기'만 신경 썼는데 이젠 연기는 기본이고 사람들과 교류를 신경 쓰게 됐다"며 "내가 촬영장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느낌을 '김과장'을 통해 많이 받았다"고 했다.

"제가 가면 좋아하더라고요. 호호.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엔 작품 촬영할 때 친해진 배우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많이 친해졌어요. 작품 할 때마다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하는데 20대 때는 항상 긴장했어요. 이제는 큰 그림을 보게 됐답니다."

남상미에게 '김과장'이란 하나의 사진첩이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배우는 정의했다.

'롯데리아걸'로 유명세를 떨치다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남상미는 자신이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학창시절 조용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이 배우는 '아라한 장풍 대작전'(2004) 오디션 때 연기의 희열을 느꼈다. 오열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상대 역 류승범이 극에 몰입하게 도와줘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그때 느꼈다. '정말 신기하고 재밌네. 연기를 통해 무언가를 해소할 수 있구나.'

배우 남상미는 "세고 강한 캐릭터에 욕심이 난다"고 했다.ⓒ제이알이엔티

이후 탄탄한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에 자주 등장한 그는 스물아홉, '빛과 그림자'를 끝낸 후 연기적 고갈을 느끼며 슬럼프에 빠졌다. 비슷한 캐릭터만 섭외가 들어오면서 이미지 한계에 부딪혔다. '더 보여드릴 게 없나'라는 고민에 잠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단다. 그러던 중 소속사 대표의 제의로 단막극에 출연해 차가운 의사 역을 소화했다. "단막극을 찍으면서 역시 현장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집에서 우울하게 고민만 할 게 아니라 현장에 나와서 해봐야 하더라고요."

향후 하고 싶은 역할로는 센 캐릭터를 꼽았다. '청순', '여성스러움'의 이미지에 대해선 "돈을 주고 사기 힘든 이런 이미지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남상미는 tvN '집밥 백선생 3'에 출연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여자도 요리를 못할 수 있구나'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했다.

시부모님과 같이 살다 분가할 즈음, 프로그램 섭외를 받은 그는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고 웃었다. "시어머니가 요리를 해주셨는데 이젠 자유를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지요. 호호. 예능을 두려워 했는데 '집밥 백선생'은 간단한 요리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라 출연했어요. 보통 돈 내고 요리 배우는데, 출연료 받고 요리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요리 실력을 묻자 "어마어마해요!"라며 꺄르르 웃었다. 없던 양념, 소스도 많이 샀단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요리는 콩불(콩나물 불고기)과 오삼 불고기. 칭찬에 인색한 남편도 만족해한다고.

배우 남상미는 "결혼 후 삶이 더 풍성해졌다"며 "못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제이알이엔티

결혼, 남편 얘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남상미는 결혼 후 공백기를 가질 줄도, 허니문 베이비가 생길 줄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결혼 전에는 매일이 같았어요. 지금은 자연주의 생활 중인데 하루하루가 달라요. 아이가 생기면서 소소한 에피소드도 생기고. 시부모님, 가족, 강아지 다섯 마리랑 같이 사는데 정말 좋아요. 이 모든 게 절 단단하게 만들었지요."

남편이 극 중 남궁민의 관계를 질투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우리 신랑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내가 알아서 잘 한다. '난 자기를 완전 사랑해'라고 자주 말한다"라는 유쾌한 답변을 들려줬다.

긍정적인 기운을 '뿜뿜' 뿜어내는 남상미의 삶은 결혼 후 더 풍성해졌다. "한시도 가만히 있을 틈이 없어요. 더 씩씩해졌답니다. 남편, 아이가 생기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힘이 생겼어요. 아이 생기면 못할 게 없다니까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나가는 저 자신을 보면 참 신기해요(웃음)."

'인간 남상미' 말고 '배우 남상미'의 연기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는 "좋은 에너지를 나눠드리고 싶다"며 "진정성 있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힘들 때 대화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친구 같은 아내이자 엄마도 되고 싶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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