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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손흥민, 긁어부스럼 만든 포체티노


입력 2017.04.27 10:14 수정 2017.04.27 10:16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뜬금없이 측면 수비수로 활용하며 혼란 야기

교체 투입도 선뜻 이해 어려워..리듬 깬 결정

손흥민 교체출전 ⓒ 게티이미지

손흥민(25·토트넘)의 현재는 경쟁에서 밀리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의 선수상 수상 이후 12월 초까지 침묵했고, 1월 4골을 몰아친 이후에도 3월 중순까지 골맛을 보지 못했다. 꾸준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발에서 제외 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 EPL 4경기 연속골이자 5골을 터뜨린 상황에서 측면 수비수 기용과 선발 제외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부상에서 돌아온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자신의 역할을 해주고는 있지만, 최근의 상태만 보면 손흥민보다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지난 23일(한국시각) 첼시와 FA컵 준결승은 충격적이었다. 프로 데뷔 이후 스트라이커와 측면 공격수 외 맡아본 적이 없던 손흥민이 윙백으로 선발 출전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박지성처럼 수비가 뛰어난 선수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해는 더욱 어려웠다.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리그 선두 첼시와 경기다. 수비의 안정성을 위해 스리백을 선택했다면, 득점 감각이 가장 물오른 선수의 측면 수비 기용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손흥민의 공격적인 능력을 활용하려 했다면, 포백으로 나서거나 케인 대신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놓았어야 했다.

손흥민의 윙백 기용은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빅터 모제스를 막는 과정에서 미숙한 수비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수비 시 위치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수가 아닌 윙백의 공격 타이밍도 숙지하지 못했다. 뜬금없는 포지션에 투입되면서, 자신의 강점까지 잃어버린 듯했다.

‘윙백’ 손흥민을 보고 실망해서였을까. 포체티노 감독은 27일 오전 4시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손흥민이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고, 에릭센의 극적인 중거리 결승골에 힘입어 리그 8연승 행진을 이어갔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도 토트넘은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3-4-2-1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첼시전과 차이가 있다면 양 측면 윙백이 모두 바뀌었다는 것 정도였다(손흥민->벤 데이비스, 키에런 트리피어->카일 워커). 최근 크리스탈 팰리스가 아스널과 리버풀을 잡아내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지만, 손흥민을 제외하고 스리백을 사용해야 할 정도의 상대였는지는 의문이다.

토트넘은 수비보다 공격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에 케인은 고립됐고, 알리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에릭센의 패스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중거리 슈팅이 아니면 공격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중원에서 호흡을 맞춘 무사 뎀벨레와 빅토르 완야마 역시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면서, 전진 패스 시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토트넘 포체티노 감독 ⓒ 게티이미지

측면이 살지 못했다. 워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여전했지만, 그를 제외하면 측면을 휘저을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밀집된 상대 수비를 뚫어내기 위해서는 측면이 해답이 될 수 있었던 만큼, 중앙에 집중된 토트넘의 공격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 결과 손흥민과 무사 시소코가 후반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섰다. 효과도 있었다. 토트넘의 공격 전개 과정이 전반전에 비해 매끄러워졌다. 손흥민이 드리블과 침투를 통해 상대 수비의 시선을 끌어주면서, 중앙에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는 전반전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알리와 에릭센이 살아나는 효과도 불러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흥민의 존재감은 줄어들었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측면 공격을 담당한 앤드로스 타운센트와 윌프레드 자하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손흥민의 드리블은 힘을 잃어갔다. 볼 터치도 매끄럽지 못했고, 패스와 공간 침투 역시 예리하지 못했다. 지난 첼시전에 이어 이날도 슈팅 시도가 없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의 급작스러운 컨디션 저하가 포체티노 감독의 탓은 아니다. 프로 선수라면, 언제 투입되든 자신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최상의 몸 상태를 보여주고 있던 공격수를 뜬금없이 측면 수비수로 활용하며 혼란을 불러왔고, 현지 언론과 팬들의 비판을 받으며 정신적으로 위축된 상황을 야기했다.

그래서 아쉽다. 손흥민이 지난해 9월 못지않은 맹활약을 이어가던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결정으로 상승세가 꺾이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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