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뜨거운 감자 '보유세 인상', '후분양제 도입'
대선 후보 '시장 안정·주거복지' VS 업계 '주택 경기 침체' 우려
가계부채 문제해결과 주거안정화 '두마리 토끼' 잡아야 하는 난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관련 공약 중 '보유세 인상'과 '후분양제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거복지에 방점을 두면서 이 같은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건설업계에서는 주택·건설 경기 침체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주택 시장을 꺼뜨리지 않은 상태에서 서민 주거 안정화도 실현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이를 둘러싼 날선 입장차는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건설업계와 주요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따르면 대선 후보들 다수가 주택 시장 안정과 재원 마련을 위해 부동산 세제 강화를 주장하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다 최근 업계 여론에 못 이겨 '보유세 인상의 기본 방향은 맞지만 현 시점에서는 보유세 인상을 유보한다'며 장기 과제로 선회했다.
애초 보유세 인상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논의돼 왔던 부분으로 중장기적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GDP 대비 0.79%로 OECD 평균인 1.09%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올릴 만한 여건도 충분하다.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강하게 물려 투기세력를 억제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고, 거둬들인 세금을 통해 주거 복지 정책에 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현 시점에서 보유세 인상은 주택경기 경착륙은 물론 수요 감소로 인해 주택건설산업을 침체시켜 전반적인 상황 악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뉴스테이 등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 인상으로 인한 시장안정화는 경제성장률이 받춰주고 주택보급률이 좋은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라면서 "현재 주택시장은 과잉공급, 가계 부채등의 문제로 하락국면에 진입 직전으로 오히려 시장을 더욱 경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유세 인상에 대한 효과 역시 각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거래가 활발한 지역은 보유에 따른 비용이 증가할 경우 반드시 세입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면서 "지방과 달리 서울의 경우 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비용전가로 인해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보유세를 올리고, 양도세는 내려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게 함께 가야지 어느 한쪽만 손질해서는 안된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양도세 및 취득세가 여러 선진국들보다 비싼 만큼 주택 거래 절벽을 막기 위해 이를 함께 조정해 나가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인해 떠오른 후분양제 역시 마찬가지다. 후분양제는 건설사들이 주택을 짓기 전 미리 분양하는 제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주택 수요자가 분양예약을 한 후 1~2년 후에 본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지난 2004년 한때 정부가 도입을 검토했지만 현재 주택법에서는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후분양제는 부실공사나 분양권 투기 등을 야기한 선분양제 문제점을 차단하고, 동시에 '공급자→수요자'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주택금융시스템의 선진화와 주택 보증제도 개선 없이 진행하는 후반양제는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주택소비자 입장에서는 2~3년 정도의 후분양 시점까지 건설사가 감당하는 이자비용, 건설원가 및 물가상승분 등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 자금 부담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주택금융시스템 개선없이 진행되는 후분양제 도입은 주택사업자의 초기 사업비 조달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며 "자금 여력이 낮은 중소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고, 나아가 자체 사업도 진행할 여건도 안돼 건설업게 내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제적인 후분양제 도입이 아닌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선택적 유도가 합리적인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심 교수는 "단순히 주택공급 과잉과 투기 억제를 위해 후분양제를 강제화하면 부작용이 크다"면서 건설사들에게 금융혜택 및 세제혜택, 또는 토지 분양가를 낮추는 등의 다양한 후분양제 인센티브을 통해 자율적으로 유도를 하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 대부분이 부동산 경기 부양 보다는 규제가 대부분인만큼 차기 정부와 업계의 입장차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부동산 시장도 과열양상을 보였던 만큼 시장 안정화를 꾀하면서도 주택건설산업 침체를 막을 뾰족한 해법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주호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선거철만 되면 단순히 유권자 확보를 위해 포퓰리즘성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대선 후보 공약들 역시 비슷하다"면서 "다만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 침체도 막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규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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