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찍문'이 '안찍문'으로 바뀌어…진보진영 심상정 약진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 문재인 된다)' 전면에 등장
“어차피 문재인이 될 건데, 그냥 마음 놓고 심상정 밀어주겠다.” (29세 회사원 현모 씨)
“사표 되는 게 아깝지만, 결과는 정해졌으니 제일 나아 보이는 사람 찍겠다.” (61세 자영업자 이모 씨)
5월의 표심이 요동하고 있다. 선거 막판에 다다를수록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1강 구도가 견고해지자, 대세론을 타고 번지는 ‘소신투표’ 바람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까지 대선 구도는 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양강’으로 굳어지는 모습이었다. 당시에도 문 후보가 앞서긴 했지만, 안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하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국민의당도 반(反) 문재인 정서를 적극 활용하며 중도보수층 표심 모으기에 총력을 쏟았다.
하지만 문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수 진영의 전략 투표 △진보 진영의 소신 투표에 한층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상 안 후보는 하락세를 보이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쫓기는 신세가 된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두 자릿수를 바라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8일부터 이틀 간 22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는 44.1%를 얻어 안 후보(21.8%)의 더블스코어를 기록했다. 특히 홍 후보는 16.6%로 안 후보와의 격차를 5.2%p로 줄이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심 후보는 8.6%,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4.0%를 얻었다.
일단 보수 진영은 민주당 집권 후 정권을 견제할 강력한 보수 정당을 필요로 하게 됐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으로 투표를 고심하던 중도보수층 입장에선 정권 교체가 사실상 확실해진 이상, 보수의 ‘설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자유한국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전략적 사고가 작동한 셈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현 시점의 중도보수층의 흐름에 대해 "'홍찍문(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이 '안찍문(안철수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선거 초반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 후보를 미는 분위기가 우세했다면, 정권 교체 후 국민의당이 결국 민주당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이들 표심이 대거 홍 후보로 향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진보 진영에서도 소신 투표 바람이 불면서 심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향후 진보 정당의 영역을 넓힘으로써 활동 반경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선거 운동 기간이 짧아 TV토론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토론에서 강세를 보이는 심 후보에게 주목하는 유권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측 "투표율 높여야 산다"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 벌여
상황변화를 의식한 듯, 문 후보 측에선 ‘투표율’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로 이어지지 않는 한, 날벼락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도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고, 결국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장에 얼마나 나오느냐가 진짜 문제”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사전투표를 사흘 앞둔 1일 “청년들의 사전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논평을 발표하고 '투대문(투표를 해야 대통령 문재인이 된다)'을 전면에 내걸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 실현되기 위해선 투표 참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5월 황금연휴와 겹쳐 여행 등으로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문 후보 측에선 사전투표에서 최소한 20%를 선점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씨가 구치소 투표를 신청했다”며 “지친 일상의 피로를 풀기 위해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 전 반드시 사전투표장을 들러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한편 문 후보 측은 이날 각 지역 선대위와 지역위원회에 사전투표 참여 독려를 위한 작전명 ‘보트(vote:투표)’를 전면 통보했다. 아울러 ‘사전투표, 더 좋은 세상을 위한 더 빠른 선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사전투표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