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의 아스날, 토트넘에 추월 당한 굴욕 시즌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의 굴욕적인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더비로 손꼽히는 북런던 더비지만 사실 토트넘은 전통적으로 아스날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아스날은 리그 13회 우승을 차지하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으로 발돋움한 반면 토트넘은 겨우 두 차례 리그 우승에 머물만큼 예상 외로 성적표가 초라하다. 심지어 마지막 리그 우승도 1961년이다.
또, 아스날은 지난 21년 동안 토트넘보다 리그에서 항상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적어도 벵거 감독이 아스날을 맡는 동안 한 차례도 토트넘에게 뒤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토트넘은 일찌감치 아스날을 따돌리고, 첼시와 리그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스날은 우승은커녕 6위까지 추락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사실 지각변동의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시즌부터다.
토트넘은 2014-15시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로 탈바꿈한 이후 매 시즌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지난 시즌 최종라운드에서 두 팀의 운명이 극적으로 바뀌면서 아스날과 토트넘이 각각 2, 3위로 마감했지만 실질적인 전력은 토트넘이 더 우세하다는게 중론이었다.
가능성을 남긴 토트넘은 올 시즌 들어 더욱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뤄냈고, 아스날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1일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토트넘과 아스날의 북런던 더비는 두 팀의 간극이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점수와 경기 내용 모두 토트넘의 압승이었다. 벵거 감독은 최근 3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왔지만 끔찍했다. 항상 토트넘에게 굴욕을 안겨준 아스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히려 포체티노 감독은 스리백이 아닌 포백 전술을 들고 나오며 아스날의 허를 찔렀고, 손쉽게 승리를 낚았다.
이미 벵거 감독의 지도력은 한계에 봉착한지 오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포체티노를 비롯해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안토니오 콘테, 로날드 쿠만 등 젊고 유능한 지도자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반면 아스날만 제 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포체티노는 리그에서 벵거에게 무패를 이어오고 있다. 토트넘은 이제 어엿한 프리미어리그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열린 북런던 더비에서 아스날은 토트넘을 맞아 매 경기 졸전을 거듭했다.
이번 북런던 더비에서도 아스날은 무늬만 스리백일뿐 전술적으로 전혀 인상적이지 못했다. 정작 지난 3연승도 운이 많이 따른 결과였다. 레스터 시티전에서는 자책골로 승리했으며, 강등권에 속한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FA컵 4강에서 격돌한 맨시티는 오심으로 한 골을 도둑맞았고, 두 번이나 아스날의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아스날은 토트넘보다 훨씬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첼시에 이어 리그 2위를 내달렸지만 후반기 들어 팀이 붕괴됐고,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가 가시화되고 있다.
어느덧 아스날과 토트넘의 승점 차는 17점까지 벌어졌다. 아스날 팬들은 최소한 지역 라이벌 토트넘보단 앞서 있다며 위안을 삼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내세울수 없게된 것이다.
벵거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토트넘이 아스날보다 우위를 점한 것에 대해 "20년 동안 한 번 일어난 일이다"고 말했다.
과연 이 발언이 적절했을까. 가뜩이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아스날 팬들을 더욱 성가시게 하는 발언이었다.
아스날은 토트넘 팬들로부터 "벵거 감독의 연임을 원한다"는 소리마저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아스날이 거취 문제를 두고 고심 중인 벵거 감독과 또 손을 잡는다면 향후 몇 시즌 간 이보다 더 심한 굴욕을 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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