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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대한상의, 재계 '입' 역할 주목...넘어야 할 산도


입력 2017.05.10 13:43 수정 2017.05.10 14:13        이홍석·이광영 기자

중기중앙회와 함께 입지 강화될듯...'전경련 대체' 대기업위원회 신설 추진

회원사 대부분 중중기, 대기업어과 '이해상충'...경제민주화 공약 충돌 가능성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전경.ⓒ대한상공회의소


중기중앙회와 함께 입지 강화될 듯...'전경련 대체' 대기업위원회 신설 추진
회원사 대부분 중기, 대기업과 '이해 상충'...경제민주화 공약 충돌 가능성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경제단체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재계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직 축소와 쇄신 작업 등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인데 정부와의 소통이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으로 경제단체들 중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중소중견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터여서 관련 정책개발과 지원을 담당하는 중기중앙회의 역할이 커진 상황이다.

반면 대한상의의 경우,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돼 위상이 추락한 전경련의 빈자리를 메워야만 하는 상황에 따라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경유착 비리로 전경련이 보폭을 키우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노사관계나 수출·무역진흥에 초점이 맞춰진 한국경영자총협회나 한국무역협회가 대기업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미 대한상의는 정치권 및 재계와 소통을 보다 활발히 하며 역할 증대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 위주인 재계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기존 중소기업위원회와 중견기업위원회 외에 대기업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위원회를 통해 정부와 재계간 소통 강화와 정책 제안 등을 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3월 국회를 방문, 대선후보들에게 경제계 제언을 전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달 14일 대한상의 초청강연에서 전경련보다 대한상의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을 하는 등 양측의 교감은 이미 이뤄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측의 교감에도 불구하고 향후 소통에는 많은 걸림돌이 놓여져 있다. 우선 대한상의가 전국 17만 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로 대기업 위주인 전경련과는 성격 차이가 있어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위원회가 신설된다고 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대기업위원회 신설 전에 현재 약 2% 내외에 불과한 대기업 회원사 비중을 늘려야 하는 선결과제도 안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상의가 대기업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기존 중소중견기업들도 함께 아우를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며 “대기업 규제가 중소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중심을 잡아나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기업위원회 신설도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정경유착은 방지해야 해 녹록치 만은 않다. 재계의 입장을 전달하면서도 정경유착의 위험성을 방지하려면 우선 약탈적 준조세를 막을 법적 장치부터 시급히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가 최순실게이트 관련 대기업 총수 청문회에서 정경유착 근절을 강조한 이후 지난해 말 기업들로부터 1조원을 걷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통과시키는 등 정치권이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점도 위원회 신설의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기업위원회 신설은 현재 의견수렴 단계로 구체화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으로, 올해 하반기는 돼야 구체화될 것”이라며 “대기업 회원사들을 늘리면서 보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강력한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공약들이 상호 소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상법개정안과 법인세 인상 등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어 자율적 실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대한상의와의 시각 차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이 이미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도 절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새로운 정부가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투자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 반면 대한상의는 ‘엄격한‘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자율규범 실천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미 제정 및 발효가 됐지만 자율적인 제도로 만들어져 구속력이 없는 상태”라며 “이를 빌미로 기업의 반강제적인 도입을 요구받게 된다면 사실상 경영 자율성을 제한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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