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연찬회, 청바지 입고 펜 들고 '진지한 토론'
대선에 대해선 "아쉽지만 의미 있었다" 자평
국민의당 합당에 대해선 '자강론' 우세
'청바지를 입은 김무성 의원, 필기에 집중한 유승민 의원...'
탈당 사태 등 혼란 속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러낸 바른정당이 15일 하늘색 단체복을 입고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국회 연수원을 찾았다. 지도부와 당원들은 뼈아픈 대선 실패에 대해선 가차없이 지적했고 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선 치열하게 토론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의원 배지를 뗀 단출한 차림으로 연수원에 도착했다.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무성 의원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고 당협 위원장들이 모두 발언을 마칠 때마다 파란색 펜으로 꼼꼼히 메모했다. 김 의원을 포함해 유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 등 지도부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대선 아쉬웠지만 진짜 정치했다고 생각"
자유토론에 나선 20여 명의 당원들은 '19대 대선에 나타난 민심과 평가' 자유토론 시간을 활용, 3분 동안 열을 올리며 바른정당 소속으로 치러낸 대선에 대해 가감없이 평가했다.
특히 선거 특성상 '보수 텃밭'인 TK(대구, 경북), PK(부산, 울산, 경남) 등 지역주의의 도움을 받지 않았던 이번 선거가 오히려 지역주의를 탈피해 '진짜 정치'를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평가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광진갑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유 후보는 한 마디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 결과 유세 현장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열기가 대단했다"면서도 "물론 후보를 제외한 우리 모두는 이번 선거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부분은 컸다"고 우왕좌왕했던 이번 선거를 지적했다.
윤석대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기존 보수 정당이라고 하면 영남 패권, 기득권 옹호, 색깔론 이런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는데 그게 왜 필요한지 설파하면서 때론 부끄러웠던 점도 많았다"고 고백하면서 "반면 (지역주의가 없었던) 이번 선거를 통해 너무 자랑스럽고 내가 배지 못 달아도 이것이 정치하는 참맛이다. 이대로 정치 못해도 (더 이상) 여한 없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당 합당 이야기 너무 놀라"
대선 이후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합당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날 연찬회에서는 국민의당과의 명분 없는 합당을 강력히 반대하며 '자강론'을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 등장했다. 이유로는 '바른정당의 창당 이념을 부정하는 것'이 제시됐다.
윤석대 대구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우리가 개혁 보수, 합리적 보수라는 걸 견지하면 20~30% 지지율을 확보하고 우리가 통합이 아니라 흡수할 수 있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고 지방선거 이전에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원하는 대로 정계개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수희 전 의원 또한 "220만 8771표는 우리가 이번에 얻은 표인데 이게 780만표 얻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훨씬 더 값지고 소중한 표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에게 준 이 소신투표 한표한표를 마음에 품고 우리 정치 지도에 어디에도 없는 그런 개혁보수의 길을 꿋꿋하고 담대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지방선거가 굉장히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책적인 연대뿐 아니라 정당 간의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룹 내지는 의원 분들하고 연대를 통해서 우리가 어느 정도 포지션을 좀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며 연대나 합당 필요성을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당원은 "자강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나는 좀 반대한다. 무조건 자강론 하자고 하면 아마 반발하는 의원들 많을 것"이라면서 "익명으로 낼 수 있는 선택지를 줬으면 좋겠다. 선택지는 예를 들면 1번 자강론 2번 국민의당과 연대로 중도 정당행(行) 3번 한국당으로 가서 개혁보수 실천 등으로 구성되면 아마 또 다른 의견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