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4대 비리 의혹 투성…대통령, 야당 반대 속 임명 강행하나
'5대 배제 원칙' 중 4가지 의혹…국민의당 반대 천명
문재인 대통령, 국회 동의 없이 임명 강행 가능성 높아
이른바 '슈퍼 수요일'로 불리우며 새 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의 최대 고비로 여겨진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지난 7일 마무리됐다.
청문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강 후보자는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의 송곳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연신 '죄송하다' '몰랐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는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며 무조건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야당 측 인사청문위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 통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은 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강경화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여론의 추이를 살펴본 뒤 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장관 임명은 국회 동의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도 법정 기일이 지나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있다.
강경화, '5대 비리자 배제 원칙' 중 4가지 의혹 나왔지만 '미흡한 해명'
야당이 강 후보자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은 강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 공약으로 크게 내걸었던 '5대 비리자 고위공직 배제 원칙' 가운데 4가지에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녀의 위장 전입 논란과 관련해 강 후보자는 "공직자로서의 판단이 매우 부족했고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위장 전입 당시 정황에 대해서는 "17년 전 일이고 그 17년은 대부분 외국에서 생활한 관계로 당시의 기억이 굉장히 흐리다"고 답변해 의혹 해소까지 미치지 못했다.
강 후보자는 또 본인과 남편인 이일병 교수의 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연신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본인과의 관계는 부인했다. 강 후보자는 "외국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남편 재산과 제 재산 관리를 별도로 해왔다"며 "남편의 재산 관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제 부분(재산)도 남편이 세부적인 사항에서 잘 알지 못해 납세 의무에 대해 서로 몰랐던 것 같다"고 답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04년 봉천동 연립주택 매매 과정에서의 탈세 의혹과 관련해선 "당시 저는 유엔 한국대표부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표자의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주민들이 하자는 대로 제 이름으로 한 것"이라며 "그 계약은 시공사와 매수자가 직접 했기 때문에 어머니도 몰랐고 나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남편인 이일병 교수의 거제도 땅 부동산 투기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기존에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컨테이너가 놓인 별장 부지'와는 다른 사항인 것이다.
최경환 한국당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땅 5,000평을 또 샀는데 미래 자산 가치를 보고 해변에 땅을 사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유행했던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남편은 거제도로 완전히 주민등록을 옮기고 은퇴 생활을 유익하게 하기 위해 임야를 사서 나무를 심으려고 한 것으로 안다"며 맞받아쳤다.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 대신 부인과 모르쇠 등으로 일관한 강 후보자를 대한 인사청문위원들 가운데 야당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
최경환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 과정에서 "이 정도 의혹이면 (정부 부처) 국장에서 1급으로 올라가는 고위 공무원단 검증에서도 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소속의 홍문종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5대 인사 배제 원칙 중 4개 문제가 제기됐지만 명확하게 대답한 부분이 없다. 여태 장관 후보자들이 (이보다) 미미한 것으로 장관을 그만두는 사례들 많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질문이 끝나면 문자 폭탄이 수백개씩 쏟아지는데, 저급하고 악의적인 문자가 쏟아진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도덕성' '청렴성'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수장' 자격미비 제기돼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강 후보자가 주요 현안에 대해 제대로 파악이 안돼 있다는 점 등이 우려되는 부분으로 지목됐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 질의를 통해 "(중국과의 협상장이라고 생각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이 부당하다는 설득을 해보라"고 요구했다. 이에 강 후보자는 "(사드 보복이) 분명히 부당한 제재임을 설득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가운데 중국의 우려가 무엇인지…"라며 "중국이 '(사드가) 자국의 전략적 이해를 훼손한다,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깬다'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 세부 사항은 저희가 아직 파악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중국이 'X밴드 레이더'로 불리는 사드 체계의 사격통제 레이더가 미사일 기지를 포함한 자국 영토를 탐지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밝혀온 것에 대해 강 후보자가 정확하게 숙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 의원이 "사드 문제와 관련한 이해가 충분치 못한 것 같다"면서 "그것(사드)이 없다면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대책이 뭐가 있나"고 묻자, 강 후보자는 5초 가량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녀의 미국 국적 보유 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양석 바른정당 의원은 "장관의 딸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데 (외교부) 대사들에게 자녀의 이중국적을 정리하라고 하면 리더십이 발휘되기 힘들다"며 "장관이 되면 대사 임명 규정을 바꾸겠냐"고 물었다. 이에 강 후보자는 "자녀 국적을 문제로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이 되면 검토를 해보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러한 강 후보자의 대처 등을 놓고 야당의 한 인사청문위원은 정회를 하며 청문회장을 나서는 가운데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장 중요한 인선 기준의 잣대로 삼겠다고 한 것이 문재인 정부인데 적절하지 않은 인선으로 보인다"며 "의혹들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소된 것이 없는 인사가 외교 수장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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