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 경쟁, 10년 전과 같다…연극 '모범생들'
특목고 3학년, 비뚤어진 교육 현실 꼬집어
지이선·김태형 콤비 "믿고 싸우는 관계"
벌써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연극 '모범생들'은 여전히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얻으며 변함없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이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지만, 비뚤어진 교육현실과 비인간적인 경쟁 사회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범생들'은 소위 모범생이라 불리는 명문 외고 3학년 학생들을 통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그 속에서 그들이 겪는 열등감과 강박관념을 쿨한 척, 유머러스한 척, 세련된 척 풀어낸다.
또한 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욕망이 과연 사회가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 스스로의 것인지 또한 그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과연 정당하게 내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은 이 작품이 계속해서 공감을 받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이선 작가는 "10년 전 처음 '모범생들'을 할 때, 10년 후에도 이 작품을 하고 있으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 "경쟁에 몰두한 아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을 올리려 하는 모습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 작품이 계속 공연되게끔 어떻게 보면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백색 느와르'를 표방하는 '모범생들'은 일반적인 느와르 영화에 등장할 법한 조직 폭력배, 마약 밀매단, 총격전은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한 '무폭력의 폭력'이 있다.
김태형 연출은 "앞으로 더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극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고, 촌스럽고 오래됐으며 납득 불가한 이야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이선-김태형 콤비가 만들어낸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등 여러 작품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지이선 작가는 "어떻게 보면 대학로 최고의 악연이자, 잘못된 만남의 시작이 된 작품"이라며 "믿고 싸우는 관계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기대치와 믿음 때문에 더 잘하려고 하는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믿음을 보였다.
김태형 연출은 "지이선 작가에게 지기 싫은 마음이 컸다"면서 "글이 이렇게 좋은데 나도 무대에서 창피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치열하게 작업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모범생들'은 2007년 초연 이후 640회 이상의 공연, 7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인정을 받은 작품이다.
'모범생들'에는 잘생긴 외모에 깔끔한 명문외고 교복을 입고 향수냄새까지 폴폴 풍기는 상위 3%의 '엄친아'들이 등장한다. 태생부터 남다른 잘 생기고 냉소적인 매력의 민영 역은 홍우진 김대현 문성일 강영석 조풍래 정휘가 연기한다.
또 상위 0.3%를 꿈꾸며 치밀하게 사건을 주도하는 카리스마 명준 역은 이호영 윤나무 강기둥 김도빈 문태유가 맡는다. 말 많고 탈도 많은 눈치백단, 넉살백단의 웃음폭탄 수환 역은 김슬기 정순원 김지휘 안세호 안창용이, 단순무식한 주먹짱이지만 가장 정의로운 의리남 종태 역은 김대종 홍승진 임준식 양승리 박은석 권동호가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오는 8월 27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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