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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결국은 아들 딸이 고생한다


입력 2017.06.22 11:16 수정 2017.06.22 15:3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공무원 증원은 후임 정부에 두고두고 부담

4차산업혁명 변화의 물결 기존 패러다임 버려야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진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 앞에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는 말이 있다.

맹자 '양혜왕편(梁惠王篇)'에 나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하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는 말과 같은 말이다.

동서고금의 모든 역사를 볼 때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권이 성공한 예는 없다. 그만큼 경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늘고 있으며,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그러나 1360조원이 넘는 가계 부채, 빚 부담과 고령화에 눌려 살아나지 않는 내수,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 저금리에 기대 그럭저럭 버텨온 부실기업들, 노동 개혁이 안 돼 점점 벌어지는 일자리 격차와 임금 격차, 세계는 급변하는데 이런저런 규제에 묶여 자라나지 않는 신(新)산업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더미와 같다.

무엇보다 선거를 거치며 복지와 분배에 대한 기대는 한껏 높아졌는데, 노동 개혁과 구조조정 등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우리 미래를 위해 피해서는 안 될 정책들은 실종됐다.

또한 기초연금 증액, 아동수당 신설,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 만들기처럼 '해 준다' '더 준다'는 선심 정책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지만 그 돈을 누가 댈 것인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이하에서는 우리 경제의 산적한 문제중 새 정부의 중점과제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공공 81만개의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감소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정규직 철폐 등을 통한 일자리 질 높이기,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민간 일자리 동력 창출 등이다.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소득을 늘리면서 성장에 필요한 수요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성장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고용을 창출하려 했던 과거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이다.

그렇다면 과연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타당한가?

일자리 상황이 최악이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일자리 정책이 최고의 성장전략이자 양극화 해소 정책이며, 복지정책이라는 점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 일자리 부족은 양극화 심화, 소비부진, 가계부채 악화, 결혼 기피 등 총체적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일자리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이런 측면에서 신속한 대응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조치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필자는 공공부분에 의한 일자리 창출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5년간 공무원 17만명 증원,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새 정부의 공약이다. 새 정부의 논리는 청년실업은 구조적인 이유라서 청년들의 고통이 오래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부가 시장의 일자리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의 실패'만 존재하고 '정부의 실패'는 존재하지 않는가?

세금을 늘려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방안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지속 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좋은 방안인가?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과연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새 정부의 주장에 의하면 공공부문 고용에 드는 비용은 2022년까지 총 22조원이며, 금년에만 공무원 1만 2000명을 추가로 채용하는데 4조 2천억원이 소요된다고 된다.

이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세출 구조조정과 대기업·고소득자 중심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추진하며, 그래도 재원이 부족할 경우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등 증세를 검토한다고 한다.

위의 비용계산의 신빙성 여하와 재원 마련 방안의 타당성 여하는 별론으로 필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5년 후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무원의 신분은 정년까지 보장되어 무한하다. 지금도 공무원 연금은 국가재정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다.

2016년 회계연도 국가 결산에서 국가 전체 부채 1433조원 중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가 752조 6000억원을 차지하는데, 연금 충당 부채는 2011년 342조원 규모였으니 5년 사이 두 배를 훌쩍 뛰어 넘는 규모로 늘었다.

결국 새 정부의 대폭적인 공무원 증원은 후임 정권에 두고 두고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공공부분의 생산성이 민간부분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오히려 공무원의 증원 감소와 공공부분의 민영화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주인 없는 공기업은 속성 상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고, 따라서 독점력 남용이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 공기업으로 유지할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조속히 민영화해야 한다.

아울러 양질의 일자리는 궁극적으로 공공부문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는 결코 구호만 요란하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왜 취업 사정이 악화하는지 근본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

취업 호황을 누리는 미국, 일본과는 달리 국내에서 고실업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진 탓이 크다.

우리 경제는 2012년 이후 줄곧 연 2%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연 3%대인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낮다. 이런 저성장은 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한 데서 비롯된다.

한번 고용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경직된 노동구조에서 강성 노조가 판치고, 온갖 규제는 천국을 이룬다. 그런 지옥 같은 기업 환경에서 투자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경직된 노동시장, 강성 노조, 규제는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고용 장벽’이다. 새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고자 한다면 이런 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새 정부와 비슷한 방향의 공공 일자리 늘리기를 먼저 시행했던 프랑스는 일자리 창출에 처참하게 실패하고 뒤늦게 노동 개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저성장에서 빠져나오려면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자신의 1호 공약으로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내세웠는데 이는 반드시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일자리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꼭 필요한 것만 막고 나머지는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실시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개혁하는 게 급선무다.

일본은 최근 신사업 투자 때 규제를 일시 정지하고 모래밭처럼 뛰어놀 수 있게 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까지 도입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서비스산업법, 규제프리존법이 여당 반대 탓에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과거 경험과 기존 패러다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일자리 정책도 기존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공공기관에 책상 몇개 더 넣는 구시대적 방식은 결국 민간기업의 일자리만 구축하고 생산성 낮은, 가까운 미래에 없어질 일자리만 양산하는 격이다.

이는 결국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일자리를 둘러싼 사회 갈등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게 된다.

새 정부가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자리 공약은 결국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새 정부는 5년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자세로 경제정책을 운용하여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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