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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타륜 잡은 '바른정당호' 나아갈 항로는?


입력 2017.06.27 00:13 수정 2017.06.27 06:36        한장희 기자

한국당과는 거리 두고 정부여당과 다소 가까워질 듯

불안한 교섭단체 지위, 내부갈등 불씨…안고갈 '폭탄'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 대표로 지명된 신임 이혜훈 당 대표가 꽃다발을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6일 바른정당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를 갖고 3선의 이혜훈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새로운 사령탑으로 이 신임 대표가 쥐게 된 바른정당의 방향타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이 신임 대표는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낡은 보수와의 완전 차별화’를 강조,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으로 가는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이 대표가 밝힌 ‘낡은 보수와의 완전 차별화’는 정체성 측면에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는 방향을 설정했다. 사실상 지난 대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가 꺼내들었던 슬로건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낡은 보수도 안보는 보수라고 하지만 종북몰이, 빨갱이 딱지 붙이는 건 보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바른정당은 (냉전시대의) 종북몰이, 빨갱이 딱지 붙이는 건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북한을 포함해 밖으로부터의 어떤 위협에도 대한민국을 철통같이 지키는 진정한 안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재선 의원모임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발언은 보수정당 생존경쟁에서 한국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홍준표 후보와는 차별화한 전략을 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지난 대선 이후 지금까지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종북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경제개혁에서도 한국당과의 차이점을 보였다. 이 대표는 “그분들(한국당)은 시장경제, 기업의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 힘 있는 경제 권력의 특권과 반칙, 횡포 부분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눈감았고, 심지어 비호하고, 대변하고, 돌격대가 되는 걸 서슴지 않아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경제개혁은 내부적 위협인 양극화를 해소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제민주화'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 대표는 한국당의 전신인 과거 새누리당 시절부터 재벌 개혁을 지지해왔다.

이 대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진영정치를 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대를 할 때는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며, 개혁보수의 정체성 기준에 비춰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것, 국익 위해 침묵할 수 없는 것, 서너 가지를 제외하곤 넘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 대표로 지명된 신임 이혜훈 당 대표와 하태경, 정운천, 김영우 신임 최고위원이 꽃다발을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게는 한국당을 대신할 국정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뜻이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꽉 막힌 한국당에 비해 비교적 대화가 통할 것 같은 바른정당과의 협상이 수월할 것이란 기대가 가능하다. 여권은 바른정당을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국민의당, 한국당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내민 카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이로 인해 바른정당은 한국당을 대체할 대안정당으로 떠오르고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한국당을 넘어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이 대표가 이끄는 바른정당은 우선 정부여당과 이견이 없는 경제 분야부터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애태워하는 일자리 추경안에 대해서도 보다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 수 있다.

이 대표는 추경안과 관련해 “원내대표의 소관 업무”라면서도 “민생문제와 정쟁 사안을 연계시키는 것을 가급적 최소화하자는 원칙을 원내지도부와 협의할 생각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일자리를 간절하게 원하고 경제가 어려우니 심사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해 야3당이 받지 않기로 추경안 심사에 물꼬를 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이 대표가 이끄는 바른정당은 한국당과는 거리를 두고, 정부여당과는 다소 가까워지는 포지션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 대표로 지명된 신임 이혜훈 당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바른정당이 집단지도체제이고, 의석수가 20석으로 단 한 명의 의원이 이탈해도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은 이 대표가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 대표가 주도할 방향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은 당내에 상존하기 때문에 언제든 갈등이 점화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 대표가 내세운 ‘보수 본진’으로 항해와 내부갈등 봉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장희 기자 (jhyk77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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