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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안철수, 대선 때 외쳤던 '큰 목소리'는 어디 갔나


입력 2017.07.13 00:01 수정 2017.07.13 06:06        문현구 기자

안철수 "당시 뚜벅이 유세 중"…'제보조작' 연관성 에둘러 부인

"당사자에게도 사과"…'문재인·문준용' 실명 없어 진정성 반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오랜 침묵을 깨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문준용 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장표명 요구에 계속 불응하던 차에 12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안 전 대표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룸에서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 입장표명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제보) 기자회견 당시는 뚜벅이 유세중였다"…'의혹제보' 연관성 에둘러 부인

첫 마디는 "안철수 입니다"였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화제가 됐던 '큰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날 안 전 대표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사안의 엄중함과 심각성에 따른 사과 형식의 발표였던 탓도 있지만 대중이 바라던 시원시원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쟁 후보를 상대로 '공당'에서 의혹제보 사항을 문제 제기했던 것이 조작으로 드러난 사안인 만큼 명료한 분석을 담았어야 하는데 정치적 수사에 그쳤다는 것이다.

우선, 안 전 대표는 '조작 파문'과 관련해 자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저로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조사 통해서,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 진상이 규명될 것으로 믿는다"며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전했다.

'대선후보 당시 '제보조작' 알지 못했나'라는 질문이 계속 나왔지만 안 전 대표는 "(의혹제보) 기자회견 당시는 많은 분들이 알 듯이 (제가) 뚜벅이 유세 중이었다"라며 "그때는 (뚜벅이 유세가) 인터넷 생중계로 24시간 제 주위에 붙어서 전국 생중계됐다. 그걸 본 국민들은 아실 것이다"며 '의혹제보'와 관련성에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는 대선 당시 '선거캠프' 실무진에서 '의혹제보' 사안을 공개발표한 데 따른 것이며, 자신은 '외부 유세'로 이러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캠프 실무진과 자신과의 '연계' 여부에 대해서도 '선긋기'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선후보로서 '책임 통감'은 거론하면서도 사건 피해자 측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당사자' 정도로 언급한 부분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심적 고통을 느꼈을 당사자에게도 사과드린다"고만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선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보 조작 사건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번 사건이 공식적으로 알려졌던 것은 지난달 26일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당시 박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사과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당시 관련 자료를 제공한 당원이 직접 조작해 작성한 거짓 자료였다고 고백했다"면서 "당사자인 문 대통령과 준용 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안철수 "당사자에게도 사과드린다"…박주선 '사과' 당시 '문재인·문준용' 언급과는 차이 둬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략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의혹제보'를 다뤘던 것에 대해 당사자를 정확하게 지칭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했던 것이다. 반면, 안 전 대표는 '당사자'로만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며 사과해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안 전 대표는 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은 내놓았지만 구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정계은퇴' 여부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는 에둘러 가는 표현을 택했다. 안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묻는 물음에 "당 위해 할 수 있는 일 뭔지 고민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현재로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미필적 고의’에 대해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 석상에서 자신의 책임을 '정치적, 도의적'으로만 축소하려는 자세를 보인 데 대해 주위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큰 목소리' 화법으로 대선 현장을 누비며 '새 정치'를 부르짖던 안 전 대표의 옛 모습과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지적을 받는 '사과' 자리에서 보여준 현재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는 평이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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