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반성' 회견, 당원 원심력인가? 구심력인가?
일부 실망감 '이탈' 자극할 원심력 작용 가능성
'캐스팅보트' '다당 체제' 위해 '결집' 구심력 커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제보 조작파문'과 관련해 세간의 시선이 쏠렸던 안철수 전 대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안 전 대표는 12일 오후 입장표명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거론하면서 '대국민 사과' 형식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안 전 대표가 보인 모습을 놓고 지난 19대 대선 당시 '큰 목소리' 화법으로 유세장을 누비던 활기찬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등판 시기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안철수 '반성회견', 일부 실망감 속에 '이탈' 가속화할 원심력 작용 가능성 제기
안 전 대표의 '책임 통감'이라는 무거운 발언을 놓고서 당내에서도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기류가 혼재된 분위기다.
당내에서 실망감을 나타낸 쪽에서는 '만시지탄'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안 전 대표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부터 내놓는 실정이다.
안 전 대표가 이른바 '반성 기자회견'을 갖기 전부터 입장표명을 강하게 주장하던 황주홍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국민에게 설득력과 호소력을 갖지 못한 것이 돼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지 않나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안 전 대표에 대해 당내의 냉담한 반응을 살필 수 있던 건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엿보였다. 기자회견장에 소속 의원 등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본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라고 잘라 말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 속에 기자회견이 진행됐던 것이다.
심지어 당 공보실 측에서도 대선캠프 당시 안 전 대표를 보좌하던 인력들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전하면서 장시간 동안 '침묵'한 안 전 대표의 행보를 지적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로 인해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탈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안 전 대표의 '반성회견'이 국민의당 존립기반을 무너뜨리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안 전 대표에 대해 '당의 구심점'이자 '당의 중요한 자산'으로 평하던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고, 당의 사활이 걸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 살 길 찾기'를 위한 움직임이 보다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반면 안 전 대표의 '회견'이 당의 결집력을 더욱 다지게 되는 구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많이 있다.
최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 전 대표와 대선 당시 대표를 지낸 박지원 전 대표 등 당의 핵심인사들에 대해 '머리 자르기' 발언 등을 시작으로 맹공을 퍼부으면서 당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는데, 이를 안 전 대표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내부 결집을 자극하는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캐스팅보트' 역할 등 '다당 체제' 위상 살리기…'결집'하는 구심력 가능성에 더 큰 무게
당장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를 전하면서 "안 후보의 탓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평가를 떠나서 패배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라며 “또한 수많은 지지자들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또 다시 가시밭길을 기꺼이 걸어가는 마음으로 나섰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가) 도의의 책임을 다하고자 고개 숙이는 모습은 우리 공통의 과제와 시련이므로 서로 더욱 어우러져야 합니다”라면서 단합을 강조하면서 "그리고 우리는 높은 계단을 뚜벅뚜벅 걸어 올라갈 것"이라고 각오도 다졌다
아울러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당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언급이 다당제 체제에서 국민의당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했다는 평도 반영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조작 파문'에 대한 비난과 실망을 자신에게 쏟아붓고 '다당체제'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국민의당 위상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을 갖게 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꺼냈다. 안 전 대표의 발언을 보면 "실망과 분노는 저 안철수에게 쏟아내시고 힘겹게 만든 다당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8월 27일에 열리는 전당대회 때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중진의 정동영 의원은 "국민의당이 없어지면 수구 기득권 세력이 바로 부활하고 기존 기득권 양당정치로 복귀한다. 이는 역사의 퇴행이다"면서 안 전 대표가 주창한 '다당 체제 유지'에 대해 힘을 실었다.
국민의당은 이미 지난해초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 창당하는 과정에서 '다당 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정국 운영 과정에서 '캐스팅보트'의 존재감을 강하게 부각시킨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탈당 또는 해체'와 같은 자멸의 길보다는 결집력을 다지는 쪽으로 힘이 모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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