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에 무산된 한수원 이사회…신고리 5·6호기 정쟁 속으로
야3당,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 탈원전 정책 모두 반대
이채익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이용해 신고리 5·6호기 중단"
13일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노조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추후 개최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당장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들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면서 정치권에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이날 오전부터 경북 경주시 한수원 본사에서 한수원 노조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역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이사회 개최를 저지했다. 원전 건설 중지 반대 열기는 이날 39.7도로 올해 최고기온을 찍은 경주시만큼이나 뜨겁게 타올랐다.
이 열기는 정치권에도 옮겨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의 추경안 심사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머리자르기’ 발언을 하면서 단단히 마음이 상했던 국민의당이 청와대의 유감표명에 마음을 풀고 추경안 심사에 참여키로 하면서 야3당의 단일대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대신 야3당이 모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하고 있어 새로운 전열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각 당마다 탈원전에 대한 견해의 차이는 보이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에는 모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나라 첫 상업 원전인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노후화된 원전의 사용기간 연장하지 않고, 신규 원전 건설계획도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등 탈원전 정책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밝히자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배심원단이 완전 중단 여부를 판단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민주당도 동조하며 과거부터 신고리 5·6호기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왔고, 현재는 ‘탈원전 공론화 과정’에 있다고 주장하며 원전 중단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들은 문재인 정부의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야3당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은 탈원전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원전 건설 중단에 대해 반대 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탈원전 공론화위원회 중단 촉구결의안’을 당론을 발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한국당 간사이자 탈원전대책 특위 위원장인 이채익 의원은 “사드 배치에 대한 법적 절차를 따지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에는 법과 절차를 왜 무시하느냐”며 “신고리 5·6호기 중단 건을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이용해 처리한 것은 기업에 대한 ‘갑 중의 갑’ 행위다”라고 날을 세웠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발주처인 한수원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로 정부의 입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수원이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이어 “한수원 이관섭 사장도 스스로 원자력발전은 고유가시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히지 않았냐”며 “한수원은 국민을 바랍고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염두에 둔 결정을 내려야지, 정부 눈치보기 식의 어용 이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전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원맨쇼를 하듯 국가의 백년대계를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기적 국가과제인 국가 에너지 정책을 5년 임기의 대통령이 함부로 결정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당은 TF를 구성해 탈원전으로 야기될 심각한 문제와 갈등을 분석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그간 말을 아껴왔던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은 전날 열린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원전 발전 정책과 관련, 법적 근거나 절차적 정당성 없이 일방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혜훈 대표도 전날 경주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탈핵에너지 정책과 대응방안’토론회에서 “원전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원전이 생산하는 많은 전기를 갑자기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수 없다”며 대안 없는 급진적 탈원전 정책에 반대 입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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