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월터 안녕' 김현수, 꼴찌 필리스는 나을까
2:1 트레이드로 필라델피아 이적..전체 승률 꼴찌팀
외야 자원은 탄탄해..볼티모어 못지않은 좁은 문
김현수(29)가 텍사스 원정에서 볼티모어 유니폼을 벗었다.
볼티모어는 29일(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필라델피아로부터 우완 선발 제레미 헬릭슨을 받고, 마이너리그 좌완 투수 개럿 클리빙어와 김현수를 주는 2: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김현수는 트레이드 발표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헬릭슨은 지난해 필라델피아에서 12승 10패 평균자책점 3.71을, 올 시즌에는 6승 5패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다.
한국 선수가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는 것은 2009년 박찬호 이후 두 번째. 당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5경기 등판한 박찬호는 월드시리즈 무대에도 섰다.
계약 만료까지 약 3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김현수는 올해가 MLB 2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이대로라면 MLB에서 김현수의 미래는 매우 어두워 보였다. 그러나 전격적인 트레이드로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KBO리그 두산 베어스를 떠나 2년 700만 달러에 볼티모어와 계약한 김현수는 2016시즌 초반 벅 쇼월터 감독과 불편했던 관계를 극복한 뒤 95경기에 나와 타율 0.302 6홈런 22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 시즌에는 쇼월터 감독 구상에서 자주 지워졌다. 플래툰으로 뛰었던 지난 시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트레이 맨시니에게 밀려 선발 출전은 34경기에 그쳤다. 56경기만 출전한 김현수는 142타수를 타율 0.232 1홈런 10타점에 만족했다.
경쟁자들과 객관적 지표로 드러나는 차이는 분명하지만 메이저리그 데뷔해부터 쇼월터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진 것은 비단 야구팬들 뿐만은 아닐 것이다.
“10명의 타자를 세울 수 있다면 좋겠다” 등 위트로 김현수 기용 관련에 대한 질문을 넘겼던 쇼월터 감독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데이비스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김현수에게도 기회가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살리기 어려웠다.
어찌됐든 이제 쇼월터 감독을 떠나게 됐다. 김현수의 새로운 둥지가 된 필라델피아는 워싱턴 내셔널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뉴욕 메츠, 마이매미 말린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 승률(0.360/35승64)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보다 미래를 기약하고 있는 팀이다.
그렇다면 볼티모어의 생활보다 녹록할까. 결코 만만치 않다.
당장 출전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험난한 경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과는 상관이 없는 팀이지만 외야 구성원 자체만 놓고 보면 볼티모어와 마찬가지로 좁게 느껴진다.
90년대생 위주의 젊은 외야수들의 입지가 탄탄하다. 외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올테어는 올 시즌 타율 0.294, 16홈런, 46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주축이다. 중견수 에레라도 타율 0.271 9홈런 36타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팀 내 타율·출루율·안타 1위다.
최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오른 윌리엄스도 20여 경기 만에 주전 외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에레라와 윌리엄스 모두 좌타자다. 또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져 있는 나바(타율 0.303, 3홈런·17타점)가 8월초 복귀할 예정이다. 중견수를 맡을 수 없는 김현수로선 볼티모어 때와 비슷한 수준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좌익수로도 출전했던 베테랑 하위 켄드릭이 워싱턴으로 트레이드 되면서 백업 외야수가 필요했는데 김현수가 그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는 NL 팀이라 지명타자를 쓰지 않는다. 따라서 경기 종반 대타로 나설 수 있는 카드도 필요하다.
김현수는 내년 메이저리그 계약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볼티모어 못지않은 필리스의 좁은 문을 뚫어야 내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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