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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진술만 16시간 27분‘ 김종의 진짜 역할은?


입력 2017.08.18 06:00 수정 2017.08.18 05:58        이호연 기자

<이재용 운명은⑤>지속된 진술 번복으로 신빙성 부족...특검의 차별적인 증언 인용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 2차관.ⓒ연합뉴스
<이재용 운명은⑤>지속된 진술 번복으로 신빙성 부족...특검의 차별적인 증언 인용

지난 4개월여간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많은 증인들이 등장했지만 유독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이는 바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다.

지난달 7일 37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 전 차관은 시종일관 진술을 번복하며 재판부를 혼란에 빠뜨렸다. 이 날 재판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다음날 새벽 2시27분까지 진행되며 강행군을 펼쳤다.

'삼성에 후원금 강요' 김종, 자신빼고 모두 위증?
김종 전 차관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당시 청와대와 삼성전자 사이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특검과 변호인단이 김종의 역할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김 전 차관은 자신의 증언만이 진실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검은 삼성전자가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김 전 차관을 통해 영재센터에 2번에 걸쳐 16억원을 후원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 측은 김 전 차관이 먼저 제일기획에 후원금을 요청했고 사업계획서 후원 취지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지원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엇갈린 주장 속에 복수의 증인들은 김 전 차관이 삼성에 후원금을 강요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지난 2015년 8월 20일 김 전 차관으로부터 ‘영재센터는 BH(청와대) 관심사항이다’라는 말을 듣고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다음날 이규혁 전 영재센터 전무를 바로 만났다”고 털어놨다.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영재센터 전무였던 이규혁 씨는 “장시호의 권유로 센터 전무를 맡게 됐다”며 “장씨가 김 전 차관을 평소 ‘마스터’라고 지칭하고, 삼성이 영재센터에 후원해줄 것이라고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이영국 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제일기획 상무) 등도 2015년 3월과 6월 김 전 차관을 만나 승마협회 운영방안, 아시아승마협회장 출마와 올림픽 지원등을 논의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장시호·이규혁·이영국 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등이 모두 허위 진술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상진 전 사장와 이영국 전 부회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이 전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박 전 사장이 ‘정유라가 제주도에서 애를 낳고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반박했다.

삼성에서 먼저 최순실과 정유라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 변호인은 이영국 전 부회장이 2015년 2월 박 전 사장에게 '김 차관 비서실에 연락해 식사 약속을 잡았다'는 내용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하며 김 전 차관의 증언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데일리안
특검 눈치보며 진술? 책임회피용 의혹
김 전 차관은 검찰과 특검 조사때와 달리 진술을 번복하면서 증언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가 지난달 재판에서 밝힌 4가지 부문은 이재용 재판 이전까지는 한번도 진술하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박상진 전 사장을 만난 시점(2015년 1월 주장),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유라 지원을 지시한 시점(2015년 7월 23일) 등은 이전까지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다.

또 박 전 사장의 ‘코어 스포츠 계약은 오직 정유라 개인을 위한 지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오는 2020년까지 삼성에서 정유라 지원, 아니면 올해까지만 지원’이라는 내용의 증언 도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진술이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게 “증인의 답변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관계와 많이 다르다”며 “말이 달라 다시 확인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당시 특검은 김 전 차관의 증언에 대해 “핵심은 삼성에서 최순실과 정유라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김 전 차관이 증언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동되는 부분도 있지만 사람의 기억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런 현상이며 의도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농단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차관이 구형을 앞두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자기방어적인 증언을 내놓다보니 복수의 증인들과 다른 증언을 하고 계속 번복을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의 증언들이 결국 특검의 방향과 일치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 변호인측은 최종 변론에서 이같은 공소사실의 부당성을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변호인측은 “특검이 김종의 역할을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삼성전자 후원에 관여했다는 점은 최서원(최순실)·장시호·이규혁·박재혁 등의 진술을 통해 일관되게 확인되는 내용”이라며 “국정농단 사건 실체가 일정 부분 왜곡됐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차관은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도 추가 기소된 상태다. 위증 혐의는 유죄 적용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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