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개시…첫날부터 날선 공방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증인 채택...신문시간·증인출석 신경전
변호인단 정유라 보쌈증인 지적에 특검 발끈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증인 채택...신문시간·증인출석 신경전
변호인단 정유라 보쌈증인 지적에 특검 발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5명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이 본 재판 시작 전부터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들은 2심 재판 첫날부터 1심에서 이뤄진 양측의 증인신문 시간, 출석, 순서 등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향후 치열한 재판을 예고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502호 소법정에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날 기일에서는 재판부가 증거·증인조사에 대한 변호인과 특검 쌍방의 의견을 듣고 향후 재판 일정을 확인했다. 특검은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채택했다.
특검은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 전 대통령, 최 씨의 증인 신문이 1심에서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2심에서의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특검팀은 1심 재판에서 세 차례에 걸쳐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건강상의 문제로 한 번도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최 씨는 한차례 증언했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 판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증인 신문을 통한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이들이 공범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두 사람이 소환에 불응하거나 증언을 거부할 경우에는 증인 신문을 취소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1심 사건이 진행 중인데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경우, 그 부분을 증거로 제출하는 방법이 있다"며 ”피고인 신문에서 내놓은 입장 발언들은 증인 신문이 이뤄져도 같은 내용이 반복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에서는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10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 판사는 "항소심은 기본적으로 증거가 확보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일부 모자란 증거를 조사하는 것"며 "새롭게 증인을 다시 불러서 보자는 식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원칙을 내세웠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증인 채택이 끝나자마자 1심에 대한 평가와 2심 일정에 대한 의견 개진을 하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특검 측은 “변호인단은 마치 원심에서 특검의 증언 시간이 길었던 탓에 반대신문을 제대로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1심에서 삼성 측의 증인신문 시간은 특검과 비슷하거나 더 길게 이뤄져 충분한 방어권 행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 측은 “변호인의 명예를 걸고 얘기하지만 특검의 신문 시간은 반대신문 시간의 절반을 초과했다”며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8시까지 신문을 못하고 변호인이 기다리는 게 정상적이냐"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1심에서의 최 씨의 증언거부권 행사가 특검의 정유라 보쌈 증언때문이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초 재판부는 최 씨를 신문할 계획이었지만 특검이 그의 딸 정 씨를 출석시켰고 이 때문에 최 씨가 이후 법정에 나와서도 증언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은 변호인측의 '보쌈 증인' 발언은 모욕적이라며 발끈했다. 또 정씨의 증인신문과 최씨의 증언 거부권은 관계가 없으며 정 씨의 신문은 변호인과 합의가 이루어졌던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양재식 특별검사보는 "변호인 측에서 보쌈 증언이라 하는 등 굉장히 모욕적인 언어를 쓰고 있다"라며 "또 신문 순서는 재판부와 변호인, 특검팀이 협의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발했다.
양측의 공방이 그치지 않자 정 판사는 목소리를 높여 “발언을 그만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준비단계에서는 양측이 한두 마디씩 의견을 개진해야지, 공방을 주고받는 것은 앞으로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은 내달 12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추석 연휴 이후인 내달 12일, 19일, 26일(미정)에 여러 쟁점들을 나눠 양측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항소 이유 및 쟁점 등을 듣기로 했다.
1일차 기일엔 이 부회장의 승계 현안 등 '부정한 청탁'의 필요성 등을 쟁점으로 발표하고 2일차엔 최 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 관련 쟁점을 다룬다. 3일차엔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등 나머지 현안들에 대한 양측의 발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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