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3차례로 마무리된 PT...2심 재판 키로 작용하나

부정 청탁 여부, 승마지원, 미르·K재단 및 영재센터 경위 설전

내달 2일부터 서증조사 시작으로 재판 본격 스타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정 청탁 여부, 승마지원, 미르·K재단 및 영재센터 경위 설전
내달 2일부터 서증조사 시작으로 재판 본격 스타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재판이 1차 관문을 넘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3차례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부정청탁 인정 여부, 승마 지원, 영재센터 지원 등의 쟁점을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양측은 마지막 PT였던 30일 재판에서도 재판부를 설득시키기 위해 50여분씩 번갈아가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펼쳤다.

30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이 진행됐다. 3회 공판 동안 총 3차례의 PT가 진행됐다.

◆경영권 승계, 영재센터 지원의 진정성 등 쟁점 부각
이 날 3차 PT에서는 영재센터 지원 배경을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이 펼쳐졌다. 특검은 “삼성전자는 영재센터의 사업자 등록이 이뤄지기 전부터 결정돼 지원 능력이 검증이 되지 않았다”라며 “정상적인 기업 지원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강릉시와 문화체육관광부도 등록이 이뤄지기 전 영재센터에 지원한 바 있다”라며 “▲공익적 차원 ▲메달리스트 등 선수 지원 ▲청와대 강요 ▲지원 자격 충분 ▲기업 홍보 목적 등으로 센터를 지원한 것”이라며 특검이 제기한 뇌물 혐의과 선을 그었다.

지난 1차 PT때는 경영권 승계와 청탁의 사실 입증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과 1심에서의 포괄적 승계작업은 확인되지 못한 가공의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대가성과 뇌물 혐의를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앞서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을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승마 지원과 관련 마필 소유권도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삼성은 승마 선수단을 지원하기 위해 최순실이 사실상 운영하는 코어 스포츠와의 용역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용역 계약서의 내용은 실제로 이행된 ‘진정성’있는 내용임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살시도·비타나·라우싱 등 마필 3마리를 정유라에게 빌려주었으나 최종 소유권은 삼성이 가지고 있어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외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의 역할과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양측은 상반된 시각을 보여줬다. 김 전 차관은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청와대와 삼성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 인물이다.

삼성은 특검이 청탁을 강조하기 위해 김종의 역할을 대폭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도 거래 종류에 따라 자진 신고 의무가 없어져 무죄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동 법원 전경.ⓒ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짧고 강렬한 쟁점 요약’ 관건...향후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3차례 PT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2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오는 2일부터 서류증거조사를 진행하고 이후 증인 조사도 단행한다. 특히 2심에서는 재판부가 새로 배정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양측의 명쾌한 쟁점 요약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각종 쟁점과 증거 입증 설명으로 시간이 쫓겼던 1심과 달리 이번 PT는 양측 모두 여유로웠다는 평이다.

3차례 PT를 통해 12개의 쟁점을 발표하는 가운데, 주제당 약 50분 간격을 두고 양측이 번갈아가며 발표했다. 예를 들어 변호인단이 쟁점을 50분간 설명하고 특검이 반박 다시 변호인단이 재반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다음번 PT에서는 첫 주자를 교체하는 방식도 채택했다.

항소심 전 변호인단을 대폭 보강한 삼성측은 비교적 능수능란하게 PT를 펼쳤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특검으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이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한위수(60세 12기) 변호사, 법원장 출신의 이인재(63세 사법연수원 9기) 변호사 등 다수의 인력을 충원하며 전열을 정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재판부는 1심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의 PT를 통해 쟁점을 이해할 것”이라며 “PT가 단순 요약을 넘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선제압을 끝낸 양측이 본격적으로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