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아이콘’ 이명주, 세르비아전 기회 얻을까
브라질 월드컵 탈락과 중동 이적으로 관심서 멀어져
세르비아전 출격 가능성, 존재감 드러낼 기회
돌아온 이명주는 과연 신태용호에서 핵심 자원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지난 10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고요한의 활약은 눈부셨다. 당초 고요한은 최철순과 우측 풀백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였지만, 기성용과 함께 중원을 책임졌다.
상대 공격의 핵심인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완벽하게 봉쇄했고, 넓은 시야와 패싱력을 자랑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톡톡히 했다. 고요한이 캡틴 기성용의 짝으로 한발 다가선 순간이었다.
고요한의 맹활약을 지켜보며, 전의에 불탔을 것 같은 선수가 있다. 바로 같은 FC 서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명주다.
이명주는 일찍이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선수였다. 2012년 K리그 명가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해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고, 35경기에 나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5골 6도움) 달성에 성공했다. 빼어난 활동량과 안정적인 볼 키핑, 특히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좋았았다. 여기에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한 곳으로 향하는 패스와 결정력도 놀라웠다.
이명주는 2013년 6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국가대표팀 데뷔전도 치렀다. ‘박지성의 부활’이라 평가받을 정도로 그라운드 전 지역을 종횡무진 누볐고, 창의적인 움직임과 패싱력을 자랑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당시 이명주는 K리그 데뷔 첫 시즌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데 이어 대표팀 데뷔전에서도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며, 거칠 것 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는 K리그의 역사까지 써냈다. 이명주는 제로톱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면서 K리그 역사상 최초로 10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5골 9도움) 달성에 성공했다. 그는 프로 데뷔 2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이미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명주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K리그를 떠나 알 아인(UAE) 이적을 택하면서, 팬들의 시선에서도 멀어졌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했었지만,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후 이명주는 절치부심했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몸싸움과 태클 등 수비력을 보완하면서, 소속팀서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보좌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경기를 조율하고, 공수를 연결하는 능력도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전북 현대와 맞붙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 2차전은 이명주가 공수 능력을 겸비한 ‘완성형 미드필더’로 성장했음을 보여줬다.
소속팀 활약으로 지난 6월 대표팀에도 복귀했다.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 경기를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후반전 45분을 소화했다. 무리한 스리백 전환과 극단적인 수비 전술 탓에 진가를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복귀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올 여름 국내로 복귀한 이명주는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기대가 커졌다. K리그에서 증명된 공격력에 수비력을 더한 이명주라면, 기성용의 파트너로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다. 이적 후 두 번째 경기였던 광주 FC전에서 발목을 다쳤다. 2개월 가까이 재활과 싸워야 했고, 복귀가 기대됐던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명주는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성급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재활에 집중했고, 복귀에 성공했다. 지난달 28일 울산 현대전에서는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이적 후 첫 득점까지 신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11월 A매치 명단에도 합류했다. 콜롬비아전에서 기회를 받지 못했지만, 고요한의 맹활약을 바라보며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얻었다. 소속팀에서 해왔던 것처럼만 하면, 대표팀 중심축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명주는 오는 14일 울산에서 열리는 세르비아전에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대표팀에서 공격 재능만 뛰어난 반쪽짜리 선수가 아닌 완벽한 미드필더로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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