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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정부 규제…유통업계, 해외로 해외로


입력 2017.11.16 06:00 수정 2017.11.16 06:03        최승근 기자

신규 점포 출점 및 영업시간 제한 등 성장성 낮은 내수 시장

동남아 국가들 규제 풀고 각종 세제혜택 제공…“신시장으로 각광”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유통기업들이 늘고 있다. 갈수록 강화되는 유통업계 규제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신규 출점은 물론 기존 점포의 수익성도 악화되면서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규제 일변도인 국내와 달리 유통업계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의 경우 한류 영향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데다 법인세 인하 등 다양한 세제 혜택도 제공해 기업 경영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가맹법·유통법·대리점법 등 ‘유통3법’에서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속 고발권은 공정거래법과 관련된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막무가내식 고발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은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유통업계는 각종 규제로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들이 이번에는 ‘묻지마 소송’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 보호를 이유로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소송전까지 신경 써야 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소송전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 보다는 중소‧중견 업체나 외식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더 깊다.

한쪽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압박이,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계에서는 ‘더 이상 기업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시장이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려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 신규 출점이 제한된 대형마트들은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 빠르게 매장을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유통업계의 관심이 높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부터 외국인 소유를 제한했던 요식업·영화·산업의약품 등 35개 산업에 대해 외국인의 100% 지분보유를 허가했다. 또 자본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법인세도 25%에서 17%까지 인하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유통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산업 인프라가 뛰어나고 인건비를 비롯해 물류, 에너지 비용이 저렴하다”며 “여기에 각종 세제혜택과 한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문을 연 이마트 몽골 2호점 '호룰로점'을 찾은 현지 소비자들의 모습.ⓒ이마트

이마트는 지난 9월 29일 몽골 2호점인 ‘호룰로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7월 울란바토르에 몽골 1호점을 연 지 1년 2개월여만이다. 1호점은 오픈 당시 계획 대비 140% 수준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이마트는 최근 론칭한 소주(푸른밤)의 해외시장 첫 테스트 무대로 몽골을 선정하기도 했다.

베트남 1호점인 호찌민 고밥점도 지난해 41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목표 대비 120% 수준의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베트남 2호점을 준비 중이며 향후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 출점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내실 강화를 목표로 부진한 매장을 정리하는 추세다. 지난 4월 하남점 잔여 용지와 평택 소사벌 용지를 팔았고 최근에는 시흥 은계지구 용지와 이마트 부평점을 처분했다. 특히 올해는 이마트가 1993년 1호점을 선보인 이래 처음으로 신규 점포를 오픈하지 않았다. 대신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출점으로 방향을 바꿨다.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승승장구 했던 편의점 업계도 올 들어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체 간 출점 경쟁이 심화되고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 등 고정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업계 1,2위 업체인 BGF리테일과 GS25는 지난 7월에 잇따라 해외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BGF리테일은 이란 현지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이란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이란은 천연가스와 원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약 8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해 중동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해 기준 1인당 GDP는 1만8100달러로 동남아시아 대표 신흥시장인 베트남(6400달러) 보다 3배 가까이 높다

BGF리테일은 2020년 300여개, 2022년까지 1000여개 CU 매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지난 7월 이란의 ‘엔텍합 투자그룹’과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계약을 체결하고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BGF리테일

GS25는 베트남 손킴그룹과 함께 합자법인을 설립하고 연내 호찌민시에 GS25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또 향후 10년 내에 베트남에 2500개 이상의 매장을 연다는 목표를 세웠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에 안착한다면 향후 GS25가 캄보디아, 중국 등 다른 국가로 확장해 나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가맹 사업자가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한 후 가맹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지역에서의 가맹 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가맹 사업자의 경우 투자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로열티수입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으며 진출국의 시장동향, 법률분쟁, 상권 분석 등 국내 사업자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절차들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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