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몸집 불리기' 남다른 후유증 우려
부채 시가평가 시 확정 금리 상품에 40조 적립해야
총 적립금 부담 중 60% 차지…IFRS17 앞두고 발목
삼성·교보생명보다 떨어지는 자본 여력에 고민 증폭
한화생명이 지금까지 판매한 금리 확정형 상품에 대해 부담해야 하는 부채가 4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액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쌓아야 둬야 하는 전체 적립금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는 과거 생보 빅3 사이의 자산 규모 경쟁 과정에서 몸집을 빠르게 불리기 위해 고금리를 미끼로 저축성 상품을 대거 판매했던데 따른 것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역시 이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지만 문제는 한화생명이 이들에 비해 자본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산 기준 국내 10대 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말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액수는 총 442조5660억이었다.
LAT는 각 보험사의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토록 하는 제도다. LAT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2021년 시행 예정인 IFRS17 때문이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즉, LAT 보험부채 평가액은 IFRS17에 따른 시가평가 시 보험사의 부채 규모를 예상해 볼 수 있는 가늠자다.
특히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판매된 상품들은 IFRS17의 도입으로 부험사의 부담을 키울 주범이 될 전망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보험금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은 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보험사들의 전체 LAT 평가액 중 확정 금리 상품에 대한 금액은 192조9856억원으로 43.6%(192조9856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 비중이 높은 곳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보험업계 최선두 회사들이란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실제 10대 보험사들 가운데 LAT 평가액에서 확정 금리 상품의 점유 비율이 절반을 넘는 곳은 이들 세 곳뿐이었다. 교보생명은 LAT 평가액 57조4271억원 중 금리 확정형 상품에 대한 액수만 37조4279억원으로 65.2%에 달했다. 한화생명은 LAT 평가액 67조1967억원 중 60.2%(40조4563억원)가, 삼성생명은 143조9180억원 중 57.1%(82조2137억원)가 확정 금리 상품에 대한 것이었다.
이처럼 생보 빅3가 금리 확정 상품에 대한 부담을 크게 지게 된 이유는 과거에 이들이 벌였던 자산 불리기 경쟁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다. 단기간에 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기 위해 고금리의 최저보증이율을 내세운 것이 IFRS17을 앞두고 부메랑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중에서도 한화생명에 좀 더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재무적 여유가 부족해서다.
한화생명의 경우 LAT 평가대상 보험부채에 대한 준비금은 70조454억원으로 LAT 평가액 대비 2조8487억원 많다. 이는 시가평가에 따라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 부채와 비교해 현재 쌓고 있는 적립금 여유분이 3조원 미만이라는 의미다. LAT 평가액보다 교보생명은 3조2946억원, 삼성생명은 10조1355억원 많은 준비금을 적립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적은 액수다.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에서도 지난 9월 말 기준 한화생명은 216.9%를 나타냈다. 이는 삼성생명(329.9%)과 교보생명(255.6%)에 비해 각각 113.0%포인트, 38.7%포인트 낮은 수치다. 지난 6월 말 생보업계 평균인 290.7% 보다는 73.8%포인트 떨어진다.
더욱이 한화생명은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했음에도 RBC비율이 20.2%포인트 상승하는데 머물며 지금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아픈 대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경우 자산 100조원 달성 등 규모의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지난해까지도 경쟁사보다 높은 이자율을 최저 보증하는 저축성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린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진행될 자본 확충에서 얼마나 흥행을 거둘 수 있느냐가 IFRS17을 앞두고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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