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쾌감과 허무함, 불륜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
3년 만에 돌아온 '스물' 이병헌 감독 신작
불편한 웃음 혹은 신선한 쾌감 '줄타기'
"더러운데 신선해."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속에서 석근(이성민)의 불륜 역사를 접한 뒤 내뱉는 봉수(신하균)의 대사다.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 동시에 불륜 논란까지 불거진 가운데, 이 작품에서 신선한 코미디로 관객들에게 다가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람 바람 바람'은 304만 관객을 사로잡은 '스물' 이병헌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충무로 대세 배우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의 조합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은 영화다.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 그리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 앞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가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꼬이게 되는 상황이 청량한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병헌 감독의 전작 '스물'에서 덜 자란 청춘의 성장담을 유쾌하게 담아냈다면, 이번 '바람 바람 바람'에서는 스물보다 스무살 더 많지만 여전히 철없는 어른들의 이야기로 신선한 웃음을 전한다.
물론, 보는 시선에 따라선 불편한 웃음이 될 수도,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작품이다. 다만 확실한 건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맛깔 나는 대사가 불륜이라는 도덕적 기준을 허물고, 100분간 유쾌한 웃음을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체코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이 불륜을 자연스러운 일탈로 미화한다는 비판은 영화를 본 후에 곱씹어 볼 수 있겠지만, 굳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화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봉수와 석근의 모습으로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탑승할 땐 기대감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막상 내려오면 순간적 쾌감은 증발해 버린다. 이를 통해 이병헌 감독과 하찮은 쾌감과 그에 따르는 허무함을 전한다.
배우들의 케미는 이 작품의 백미다. 특히 작품 내내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바람의 신' 이성민은 전혀 느끼하거나 거북하지 않다. 오히려 어딘가 모자란 듯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로 만들어내면서 영화 내내 종횡무진 활약한다.
20년 연기 경력 동안 드라마, 멜로,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충무로의 대체 불가능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신하균은 소심하고 찌질한 남편 '봉수'를 통해 코미디 장르까지 완벽 소화하는 '하균神'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발휘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송지효는 마치 제 옷을 입은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해 표현한다. SNS와 사랑에 빠진 그녀의 생활밀착형 연기는 송지효의 친근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남편 '봉수'의 바람을 의심하며 달콤살벌한 아내 연기를 통해 색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람의 여신 '제니'로 분한 이엘이다. 신하균 이성민 사이에서 펼치는 '봄바람 케미'는 이 작품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이엘은 겉으론 가볍고 충동적이지만 내면엔 깊은 고민을 안고 있는 제니의 이중적 매력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어른들을 위한 19금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이 봄바람을 타고 극장가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4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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