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 비핵화·고르디우스 매듭 등 거론 ‘탐색용’ 시각도
아메리카퍼스트 볼턴 취임…美, 韓 중재안 받을지 미지수
2년 내 비핵화·고르디우스 매듭 등 거론 ‘탐색용’ 시각도
아메리카퍼스트 볼턴 취임…美, 韓 중재안 받을지 미지수
9일(현지시각) 공식 취임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대표적인 ‘미국 우선주의자’로 꼽힌다. 단순히 대북 문제와 관련한 ‘강경파’라기보다 외교·안보 전반에서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따른다는 평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표방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볼턴 보좌관을 적임자로 판단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미국이 오는 5월 북핵 담판에서도 이런 논리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즉 북미 정상회담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와 미래의 핵 개발 동결 정도의 선에서 타결되고, 이후 지리한 비핵화 협상에선 미국이 발을 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는 비핵화 로드맵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설득할 카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일단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거론한 ‘단계적 비핵화’라는 큰 틀에 대해선 미국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태다. 앞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리비아식이라든지, 그런 건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한 뒤, 사견을 전제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지금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해당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 이틀 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리대사는 북핵 관련 간담회에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우리가 만나는 목적은 바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필요하고 이것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nonnegotiable)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CVID 외 단계적·포괄적 접근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른바 ‘2020 프로젝트’ 역시 미국의 동의를 얻을지 미지수다. 한 언론은 청와대 여권 핵심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가 2년 내 완전한 비핵화와 이를 위한 북·미 상호 간 ‘선제적 신뢰 조치’를 중재 카드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 정상이 비핵화 완료시점까지 합의해 실천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 북핵 관련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방안이다.
일각에선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청와대발 언론플레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가 ‘리비아식 적용 불가’ 입장을 언론에 언급한 직후, 이를 의식한 듯 마크 내퍼 대리대사가 ‘CVID’를 못 박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여권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중재안이라는 게 여럿 있을텐데, 일단 미국의 분위기를 보는 것 아니겠나. 지난번 리비아식 발언에 미국이 ‘발끈’하니 이번엔 다른 안을 꺼내본 걸로 보인다”며 “중재라는 게 각 당사자가 있고 그 사이에서 탐색하면서 조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언론플레이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섣불리 각종 중재안을 거론하는 건 북핵 담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국이 북미 간 중재자로서 설득 작업에 나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방법론이 언론을 통해 회자되는 것은 자칫 북미 양측 모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으로 위촉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9일 ‘남북정상회담 성공 및 한반도 평화체체 구축’ 토론회에서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미 간의 문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신뢰를 구축해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며 “이러한 때 우리 정부에서 ‘2년 내 완전 비핵화’, ‘고르디우스 매듭’ 등 성급한 발언을 하면 안된다. 문 대통령께서 욕심내면 안 된다. 북미정상 간 합의를 하도록 우리는 중매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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