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그 자체"…이창동X유아인 '버닝'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출품
스티브 연·신인 전종서 합류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출품
스티브 연·신인 전종서 합류
이창동 감독이 영화 '버닝'으로 '시'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이 감독의 6번째 장편영화인 '버닝'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 혜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
2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 감독은 "'버닝'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라 기대 된다"며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젊은 청춘의 영화라 감독이 현장을 통제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으려고 했다"며 "영화 자체가 스스로 만들어지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영화를 함께 만들 수 있게 신경 썼다. 모두가 발언할 수 있고, 모두가 살아있는 현장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 감독은 "젊은 배우들과 하는 작품이고, 젊은 청춘을 다룬 영화라 가능하면 내 나이를 잊으려고 했다"고 웃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을 토대로 한 것과 관련해 그는 "단편이 '시' 이후 고민했던 지점들과 연결되는 부분과 연관이 있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원작은 원작대로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유아인에 대해 이 감독은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며 "겉으로 보기엔 무기력해 보이고 감정을 억제하는 캐릭터다. 영화를 보시면 유아인이 어떻게 연기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티브 연과 전종서에 대해선 "스티브 연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를 맡았고, 전종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유아인이 주인공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20대 청년 종수를 연기한다.
유아인은 "이 감독님과 꼭 작업하고 싶었고,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며 "이 감독님의 작품을 어릴 때부터 봐왔는데 작품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도 "10년 동안 꿈꾸던 일이 이뤄졌다"며 이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또 "시나리오가 소설책 같았다"며 "틀에 짜인 시나리오 같지 않았고, 대사 하나하나 섬세했다. 최대치의 진실을 담아낸 영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옥자'에 출연한 바 있는 스티브 연이 정체불명의 남자 벤을 연기했다. 스티브 연은 "이 감독님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꿈에도 이 감독님과 작업하게 될 줄 몰랐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캐릭터를 이해하며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길 수 있는 현장이었다"며 "모든 게 운명처럼 맞아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감독님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춘 분이고, 정말 차분하다. 감독님의 눈빛은 내게 감동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버닝' 속 벤은 내가 완벽하게 한국 사람으로 몰입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며 "벤을 연기했다기보다는 '벤이 됐다'는 느낌이었다. 즐기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신인 전종서는 종수의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 역을 맡았다. 전종서는 이 감독이 수개월간 진행한 오디션을 통해 최종 발탁됐으며,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인이다. 현재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휴학 중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다.
전종서는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없었다"며 "선택받은 입장이라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배운 게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위해 마임을 배운 그는 "마임을 통해 캐릭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며 "해미와 많은 부분이 닮았는데 감성적인 모습이 가장 많이 닮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해미라는 인물은 시나리오에 있지만, 이 캐릭터를 만드는 건 배우"라며 "해미를 찾는 심정으로 배우를 찾아다녔는데 전종서 씨를 본 순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 내면, 감성 등에서 그랬다. 해미도 그랬듯, 전종서에게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이 사람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아닌 누구라도 전종서 씨를 보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며 "전종서 씨는 원석 그 자체로 내 앞에 나타났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굉장히 뛰어나고 잠재력을 지닌 배우"라고 극찬했다.
'버닝'은 다음 달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출품돼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감독은 200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됐고, 2010년에는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2007년 '밀양'에 출연한 전도연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칸 영화제가 '버닝'과 배우들을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뻤다"고 짧게 얘기했다.
스티브 연은 "특별한 경험을 이 감독과 함께한다는 게 영광"이라고 했고, 유아인은 "독특한 영화가 다양한 평가를 받을 기회를 맞게 돼 기쁘다"고 했다.
첫 데뷔작에서 칸을 가게 된 전종서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프랑스에 가게 돼 기쁘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고 미소 지었다.
5월 17일 개봉.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