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면세점 입찰…‘승자의 저주’와 ‘새로운 기회’ 사이 눈치 전쟁

최승근 기자

입력 2018.05.23 14:03  수정 2018.05.23 14:36

한국 대표 관문 상징성과 실적 ‘두 마리 토끼’…사업권 획득 시 업계 순위 변동도 가능

입찰 과열 시 ‘승자의 저주’ 재발 우려도

인천공항 출국장의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면세업계의 본격적인 눈치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입찰에는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와 두산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는 23일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참가신청을 접수하고 이어 24일에는 공개 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대상은 앞서 롯데면세점이 운영했던 DF1(향수·화장품), DF5(피혁·패션), DF8(탑승동·전 품목) 등 3개 사업권이다.

공항공사는 이중 DF1(향수·화장품)과 DF8(탑승동·전 품목)을 하나의 사업권으로 묶어, DF5 사업권과 함께 총 두 개 사업권에 대해 입찰을 진행한다.

이번 면세점 입찰은 각 업체들이 제출하는 사업제안서(60%)와 입찰금액(40%)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핵심은 가격이다. 사업제안서 비중이 더 높기는 하지만 신규 면세점 입찰이 아닌 데다, 상품이나 마케팅 계획에서 크게 업체 간 차별점을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업제안서로는 업체별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에서 사업자가 갈릴 것이다. 적정 입찰가를 놓고 업체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전이 과열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할 당시만 해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면세산업의 전망이 어두웠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해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그동안 체질개선의 노력으로 동남아 등 다른 지역 관광객 매출이 늘면서 면세산업이 다시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면세업계의 당초 예상과 달리 공항공사가 제시한 최저 입찰가격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항공사가 발표한 입찰공고에 따르면 DF1와 DF5의 최저 입찰가격은 각각 1601억원, 406억원으로 2015년 입찰 때보다 30%, 48%나 낮아졌다.

면세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적용돼 여러 매장을 운영할수록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사업자들이 배팅할 수 있는 여력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관문인 인천공항이라는 상징성과 사업권 규모를 고려하면 이번 사업권 선정 결과에 따라 면세업계 순위 변동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4개 매장에서 1조1209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업계 1위 롯데를 추격하고 있는 신라와 신세계는 사업권 획득으로 롯데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고, 두산 등 중견 업체들은 몇 단계 순위를 올릴 수 있다.

반면 앞서 롯데면세점이 너무 높은 가격을 써낸 탓에 승자의 저주에 빠진 전례가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5년 입찰 당시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물밀 듯 밀려들어오면서 면세산업은 호황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사업권 입찰에 과열경쟁이 벌어졌고 결국 롯데가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중국 사드 사태를 경험하면서 언제까지나 면세사업이 호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 깨달았을 것”이라며 “무리한 배팅 보다는 손익계산을 철저하게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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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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