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공포' ABL생명, 변액보험에 '사활'
금리 1%P 오르면 자본 9344억 감소…완전자본잠식 예측
결손금 1년 새 4배 가까이 불어…최대주주 악재까지 겹쳐
ABL생명이 국내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금리 상승에 유난히 취약한 자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상황 속 ABL생명은 당장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될 유일한 생보사로 예측됐다.
특히 최대주주이자 든든한 자금줄이었던 중국 안방보험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가운데 ABL생명은 보험사의 재무 부담이 적은 변액보험 확대에 사활을 걸고 비상구를 찾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장의 연 금리가 1%포인트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ABL생명의 자본은 9344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금리 상승에 따른 예상 자본 감소폭은 ABL생명의 현재 자본 규모를 훌쩍 뛰어 넘는 액수다. 올해 3월 말 ABL생명의 자본 총계는 4517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비록 가상 시뮬레이션이긴 하지만 당장 금리가 1%포인트만 더 높았다면 ABL생명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다. 완전자본잠식은 기업의 누적 적자가 많아져 잉여금은 물론 납입자본금까지 갉아 먹으며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로 접어들게 된 상황을 가리킨다.
이처럼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예측된 국내 생보사는 ABL생명이 유일했다. 이는 금리 변동에 대한 ABL생명의 위험이 예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자본이 크게 쪼그라든 영향이란 분석이다.
실제 2016년 말 시점에서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ABL생명의 자본은 9462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말 예상치는 오히려 이보다 1.2%(118억원) 줄어든 액수로, 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 능력은 다소 나아진 셈이다. 이런 와중 ABL생명의 자본 규모는 최근 1년 새 1조원 넘게 급감하며 3분의 1 토막이 났다. ABL생명의 지난 3월 말 자본 총계는 전년 동기(1조4537억원) 대비 68.9%(1조20억원)나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ABL생명의 자본이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은 결손금의 확대 때문이다. 기업은 영업활동에서 올린 순이익을 이익잉여금의 형태로 사내에 쌓아두는데, 이 같은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마이너스로까지 돌아서게 되면 이를 결손금이라고 부른다. ABL생명의 올해 1분기 말 결손금은 1조181억원으로 국내 생보업계에서 가장 많다. 1년 전(2672억원)과 비교하면 281.0%(7509억원) 급증했다.
결손금이 불고 있다는 것은 결국 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이익을 쌓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ABL생명은 지난해 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874억원, 2533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내며 3000억원 넘게 쌓은 적자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ABL생명의 전반적인 재무 상태는 악화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말 249.1%였던 ABL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올해 1분기 말 219.7%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3개월 동안에만 29.4%포인트나 떨어졌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로, 이 수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 능력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중국 안방보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ABL생명에게는 재무적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5년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ABL생명은 모기업의 자금 수혈을 바탕으로 저축성 보험 판매를 대거 확대하며 몸집을 불려 왔다.
하지만 올해 초 중국 정부가 오너인 우샤오후이 회장의 경제 범죄 연루를 이유로 1년 간 안방보험에 대한 위탁경영에 들어간데 이어, 우 회장이 끝내 18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받으면서 ABL생명은 더 이상 대주주를 통한 증자를 바라기 힘들게 됐다.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해외 투자를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은 ABL생명에게 더욱 안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이제 스스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ABL생명은 변액보험 영업 확장을 탈출구로 삼는 모양새다. 지난 1~3월 ABL생명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수입은 1850억원으로 전년 동기(104억원) 대비 1679.4%(1746억원) 증가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내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주요 성장성 지표다.
ABL생명이 변액보험을 위기 타개용 카드로 삼은 이유는 이 상품이 향후 보험사 입장에서 재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 보험업계에는 보험사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면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보험사 입장에서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저축성 상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 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투자 상품이어서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늘지 않는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시행이 다가올수록 보험금 부채 부담이 적은 변액보험을 적극 활용하려는 생보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며 "자본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생보사일수록 이 같은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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