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왜그럴까…트럼프 '밀당 로맨스' 빠졌나
벼랑끝 밀당 전술 반복하는 北…핵협상 몸값 극대화
트럼프, 北 작은 호의에도 ‘감지덕지’…스톡홀름 증후군?
올해 한반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밀당(밀고 당기기)’에 울고 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 1일 신년사로 남북대화 의지를 내비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며 달달한 한반도 로맨스를 주도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회담일정을 취소하거나 수위 높은 비난을 퍼부으면 한반도 정세는 하루아침에 얼어붙었다. 현송월 단장 ‘노쇼’ 사태, “평창행 버스는 아직 평양에 있다”는 노동신문의 엄포는 여전히 국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치명적인 밀당 매력에 빠져든 모양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 까지 두 스트롱맨은 수차례 냉온 발언을 주고받으며 ‘세기의 밀당’을 벌였고 연적(戀敵) 시진핑 주석까지 난입하면서 삼각관계 스토리는 더 긴박하게 흘러갔다.
여비서가 ‘벼랑끝' 퇴사 카드를 꺼내들며 부회장과 밀당 연애를 펼치는 내용의 소설원작 드라마 '김 비서가 왜그럴까'는 지난 6~7월동안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북미 밀당이 클라이맥스에 치달은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북미 정상은 2차회담 합의를 앞두고 또다시 팽팽한 밀당을 벌였다. 평양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대화가 급물살을 타나 싶더니 지난 2일 북측은 “종전선언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미국을 한발짝 밀어냈다. '나 그렇게 쉬운 상대 아니다'며 상대방의 더욱 적극적인 구애를 이끌어내려는 모습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솔직 단순한 남자 트럼프는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며 북미대화의 장밋빛 미래를 낙관했지만 CNN등 현지 매체들은 '냉수 마시고 속 차리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악한 인물은 아주 약간의 호의만 베풀어도 선한 인물처럼 보이게 된다는 이른바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위원장의 밀당이 특히 치명적인 이유는 실제로 핵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의 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북미 핵협상 초기 단계만 해도 전문가들은 ▲비핵화 시간표 확정 ▲핵무기 선반출 ▲핵 리스트 제출 ▲핵 의심시설 무작위 시찰 ▲생화학무기 제거 ▲핵 기술자 처리 등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CVID)’ 합의가 속전속결로 성사될 것으로 기대했다. 모든 비핵화 작업이 완료된 후에만 보상을 제공할 것이라는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도 굳건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폐기’ 교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중대한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토 곳곳에 핵무기·시설을 은폐할 능력이 충분한 만큼 북한의 ‘셀프검증’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인다.
한 남녀의 질기고 질긴 밀당이 파국으로 치달아도 세상은 평화롭다. 물론 당사자들은 오랜 시간 슬픔과 쓰라림을 맛보겠지만 회복이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핵협상은 한번 어긋나면 돌이키기 어렵다. 김 위원장의 밀당 전술에 말린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 협상에 빈틈을 남기고 북한의 부분적 핵보유를 인정하면 한국은 더이상 평화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6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 도출에 조급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도 졸속 핵협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굳건한 한미공조를 유지하고 명확한 비핵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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