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이미지 탈피…패션 PB로 활로 찾는 홈쇼핑업계
디자이너·소재로 차별화…'1000억 매출' 브랜드 속속 등장
저가 이미지 탈피…패션 PB로 활로 찾는 홈쇼핑업계
디자이너·소재로 차별화…'1000억 매출' 브랜드 속속 등장
TV홈쇼핑 업체들은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전통의 효자품목인 패션을 꺼내들었다. 특히 '홈쇼핑 의류는 저가'라는 이미지를 벗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거나 고급 소재를 내세운 프리미엄 PB(자체브랜드) 상품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TV홈쇼핑 업체들은 프리미엄 패션 PB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의미하는 '가심비'를 겨냥해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홈쇼핑 판매 순위에서 패션 브랜드가 언제나 상위에 오르는 만큼 PB 개발분야도 이에 집중되고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생활용품 등에 비해 패션은 사이즈 변경이나 단순 변심으로 교환·반품이 월등히 많이 발생하지만, 판매량이 가장 높은 품목인 것은 맞다"며 "타사에서는 선보일 수 없는 자체 상품으로 주 고객의 취향을 저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CJ ENM 오쇼핑부문(이하 CJ오쇼핑)의 올해 상반기 판매순위에서는 자체 패션 PB가 각각 1, 2위에 올랐다. 그 주인공은 '엣지(A+G)'와 'VW베라왕'이다. VW베라왕은 CJ오쇼핑이 2015년 '베라왕'과 단독 라이선스를 맺고 선보인 브랜드로, 론칭 2년 만에 누적 주문액 17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엣지는 지난 14일 기준 올해 주문금액이 1300억원을 넘어섰다. CJ오쇼핑의 패션 브랜드 중 연간 1000억원 매출을 넘긴 브랜드는 엣지가 최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을 앞세워 2011년 론칭한 이래 4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 CJ오쇼핑은 패션의류팀에서 진행하던 엣지 브랜드를 '엣지 셀(A+G Cell)'이라는 별도 조직이 전담하도록 해 앞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CJ오쇼핑은 업계 최초로 파이톤·악어가죽 등 특수 피혁을 소재로 한 패션잡화 PB '루니타'를 신규 론칭하기도 했다. 원단 생산과 제작까지 자체 공정으로 해결해 고급 잡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첫번째로 선보인 특수피혁은 파이톤(비단뱀 가죽)이며, 향후 고급 악어가죽 상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팽경미 CJ오쇼핑 MD는 "최근 패션잡화 시장에서는 고객들이 유니크한 상품을 찾아 고급스러운 특피 잡화를 선택하는 추세"라며 "니치 시장을 공략해 차별화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자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의 대표적인 패션 PB는 'LBL(Life Better Life)'이다. LBL은 캐시미어 소재 중심의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6년 론칭한 뒤 2년 만에 누적 주문금액 1800억 원을 돌파했다. 롯데홈쇼핑 측은 자체 전담팀을 꾸려 해외 파트너사와 함께 기획과 소싱, 디자인을 직접 맡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정상급 디자이너와 협업한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A&D'를 지난달 론칭했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인 ‘앤디앤뎁(ANDY&DEBB)’을 운영하는 김석원·윤원정 부부 디자이너와 손을 잡았다.
A&D는 스페인 메리노 양피 소재, 내몽고산 뉴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 외투를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 측은 이 브랜드의 내년 총 매출 목표를 500억원으로 잡고, 기존 자체 브랜드 'J BY', "라씨엔토', '밀라노 스토리' 등과 함께 자사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특정 계층과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에이지리스(Ageless)’ 브랜드로, 경쾌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아이템과 복종으로 상품 라인을 다양화하는 한편 국내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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