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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노동계 몽니 받아주느라 스스로 엎은 광주시


입력 2018.12.05 22:15 수정 2018.12.06 08:13        박영국 기자

노동계, 성사 임박할 때마다 말 바꿔

재계 "사업 의지 있는지 의문"

5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을 수정 결의한 노사민정협의회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계, 성사 임박할 때마다 말 바꿔
재계 "사업 의지 있는지 의문"


저임금 완성차 공장 설립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동차 업계에는 경쟁력 있는 생산기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광주형 일자리’가 결국 노동계의 몽니로 인해 무산 위기에 처했다. 투자와 생산물량을 유치해야 할 광주시는 노동계 몽니를 받아주느라 스스로 파국을 자초했다.

일정 기간 임금수준을 유지해 생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노동계는 매년 임단협을 통해 근로조건을 바꾸겠다고 고집하며 사실상 광주형 일자리를 기존 자동차 업계의 왜곡된 노사관계를 재현하는 새로운 사업장을 추가하는 수준으로 전락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5일 본회의에서 광주형 일자리 관련 현대차와의 협약안과 관련, 기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유예 조항을 빼고 3가지 안을 더해 수정 의결했다. 이는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 의장이 ‘광주 완성차 공장이 차량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내용이 담긴 협약안에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는 지난 27일 광주시 협상된에 협상의 전권을 포괄 위임하고 협상팀에 의해 체결되는 투자 협약을 최종적인 합의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열흘도 안 돼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지난 6월 1일 현대차가 투자검토 의향서를 제출하며 성사를 눈앞에 뒀었다. 하지만 지난 9월 광주 노동계가 투자의 전제조건이었던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결의'에 없는 노동계 4대 원칙 수용을 요구하며 노사민정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광주시 및 지역의 설득으로 노사민정에 합류했으나 지난 13일 투자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방적인 노동계 입장이 담긴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 최종안은 8개월전 광주지역 노사민정이 광주에 투자를 유치하겠다며 발표한 기존 결의사항을 번복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력한 노동계 요구가 담긴 것이다.

결국 협상이 무산될 상황에 처하자 광주 노동계는 14일 광주시에 협상의 전권을 포괄위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광주시의 협상안에 반발하며 노사민정 협의회 보이콧을 선언했고 광주시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제거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광주시는 수정안을 들고 현대차와 재협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대차는 “광주시가 노사민정 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며 거부 입장을 확실히 했다. 오는 6일 조인식을 체결하겠다던 광주시의 계획도 공염불이 됐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치적 압력 요인을 배제한다면 현대차가 광주시 노사민정의 수정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시간과 초임에는 합의를 봤다지만 임단협 유예 조항이 사라질 경우 임금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기존 현대차가 보유한 고임금 구조의 공장을 하나 더 늘리는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강성노조와 매년 임단협을 치르느라 홍역을 앓아온 현대차로서는 광주형일자리 공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다.

가뜩이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이 광주형일자리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상황에서 확실한 사업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동계는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고 있고, 광주시가 이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을 보면 자동차 생산법인 설립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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