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委 ‘원전축소’ 권고 월권
탈원전 강행시 석탄·LNG등 미세먼지 증가 불가피
탈원전 부작용 우려…탈원전 반대 목소리 높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委 ‘원전축소’ 권고 월권
탈원전 강행시 석탄·LNG등 미세먼지 증가 불가피
탈원전 부작용 우려…탈원전 반대 목소리 높아
정부가 탈원전을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백지화가 결정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중심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최근 탈원전 정책 공론화 논란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송 의원은 지난 11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노후 원전과 화력발전소는 중단하고 대신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 재개를 언급하고 나섰다.
송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곧바로 정치권에서 탈원전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송영길 의원의 신한울 원전 발언은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소신발언’이라며 환영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에너지 정책 전환의 흐름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모순된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첫 단추 잘못 꿴 탈원전 정책…국민적 합의 이뤘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사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결정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유일하다.
정부는 2017년 7월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원전축소’를 포함한 권고안을 수용해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을 토대로 한 에너지전환로드맵을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문제는 당초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만 결정하기로 한 공론화위원회가 ‘원전축소’를 권고했다는 점이다. 당시 공론화위원회가 원전정책에 대해 권고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송영길 의원이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정리가 됐다”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에 대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문제에만 한정‧집중된 위원회지 신한울 3‧4호기 문제가 공식 의제로 집중 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한 이유도 이때문이다.
‘숙의민주주의’의 첫 성공적 실험으로 평가받는 공론화위원회는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숙의과정을 거쳐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결정하도록 진행됐다. 이에 따라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8기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불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등 대통령의 주요 탈원전 공약이 아닌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숙의과정을 거쳤다. ‘비전문가’인 시민참여단이 정책에 대한 숙의도 없이 원전정책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발판삼아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강행해 탈원전 정책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이 학습할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자료집’을 되도록 신고리 5‧6호기 건설문제에 관한 내용으로만 구성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며 “공론화위원회가 ‘원전축소’를 권고한 것은 월권이며, 신고리 5‧6호기 건설여부 이외에 여러 문항을 조사해 밀실에서 정부 입맛에 맞는 권고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전기요금 인상‧원전산업붕괴 등 ‘우려’투성이
지난 14일 관측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탈원전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원전은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말에 수립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발전량 비중은 석탄화력발전 36.1%, 원전 23.9%, 재생에너지 20%, LNG 18.8% 순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노후석탄 조기 폐지 ▲석탄발전의 환경설비 투자 등을 통해 2030년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7년보다 1.3만t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발전부문에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미세먼지를 전혀 내뿜지 않는 원전뿐이라는 게 원자력업계의 주장이다. 원전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석탄화력발전 또는 LNG발전이 늘어날 경우 미세먼지 저감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또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거의 없고, 2030년에도 인상폭이 크지 않다고 못 박았다. 2023년까지 신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준공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원전은 2023년까지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4~6호기가 준공되고, 2022년까지 신규 석탄화력발전 7기가 더 도입된다.
하지만 정부 주장과 달리 탈원전 정책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부담이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해외의 보고서에 “탈원전 및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무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한전은 RPS(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를 재무 부담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RPS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거나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한전의 2017년 RPS 비용은 1조6120억원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정부 정책이 등이 한전을 비롯한 발전자회사가 재무 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산업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6기를 백지화함에 따라 원자력 관련 업계는 '수주절벽'을 맞이하고 있다. 주요 원자력 업체들은 국내 마지막 원전이 될 신고리 6호기 건설에 주요 기자재 납품을 대부분 마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명운동에 동참한 인원이 30만명을 돌파했다.
김병기 원자력정책연대 공동의장(한국수력원자력 노조위원장)은 “탈원전 반대 서명인이 30만명을 돌파한 것은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게 됐기 때문”이라며 “해외 탈원전국과 달리 정부는 입법절차나 국민투표 없이 졸속으로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나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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