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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태, 나이트 괴담이 드디어 드러나나


입력 2019.02.11 06:00 수정 2019.02.11 05:40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유흥업계 전반과 경찰의 관계에 대해 전면조사 필요

<하재근의 이슈분석> 유흥업계 전반과 경찰의 관계에 대해 전면조사 필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이른바 ‘물뽕’이라는 마약류 ‘GBH(감마 하이드록시낙산·Gamma Hydroxybutyric Acid)’를 활용한 여성 대상 성범죄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버닝썬에서 벌어진 ‘약물 성폭행’이라고 주장하는 동영상까지 나돈다.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분이 뜨겁다.

이에 대해 버닝썬 대표는 자신들의 클럽이 ‘안전지대’라며 안심하고 와도 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다. 정확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알지 못해 지금 경찰이 조사중인 사안인데 버닝썬 대표가 어떻게 안전지대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버닝썬 대표는 자신이 그런 일들을 지휘하거나 방조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일반 직원들이 부적절한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 손님들이 그랬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버닝썬 대표가 안전을 확언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은 무조건 안전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버닝썬뿐만 아니라 유흥업계 전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은 사람들에게 그전부터 있었던 불안을 이 사건이 건드렸기 때문이다. 유흥업계에 성범죄가 만연한다는 의혹이 있어왔는데 이 사건으로 그 실체의 일단이 드러난 듯하자 대중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바로 나이트클럽 룸 성범죄 괴담이다. 버닝썬도 룸과 부킹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말은 클럽이지만 나이트클럽과 유사해보인다. 홍대에서 시작된 클럽문화에는 룸과 직원에 의한 부킹이 없지만, 나이트클럽엔 그런 영업 행태가 있어왔다. 강남이나 이태원 등지의 대형 유흥업소들이 클럽을 표방하면서 나이트클럽과 같은 영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나이트클럽에선 직원이 여성 손님의 손목을 잡아끌고 남성 손님에게 데려가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일이 당연시되면 그 속에서 부적절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뭔가에 취해 정신이 없는 여성을 끌고 가는데 주위에서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룸까지 있는 게 더 문제다. 룸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여성을 데려다 놨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과거부터, 새벽에 나이트클럽 직원이 술 취한 여성을 골라 VIP 손님의 룸에 들여보낸다는 괴담이 있어왔다. 또는 일부 남성 손님들이 룸에 들어온 여성에게 몰래 약물을 탄 술을 먹이거나, 인사불성이 되도록 폭탄주를 먹인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여성과 관계를 하면 ‘홈런’을 쳤다며 인터넷 게시판에 자랑하거나, 심지어 몰래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기까지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나이트클럽뿐만 아니라 룸이 없는 클럽에서도 ‘홈런’을 노리는 남성들의 행각이 이어진다는 말이 있었다. 약물이 일부 클럽 등지에서 유통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마디로 춤을 추는 형태의 유흥업소에 대한 불안이 있어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클럽을 우범지역으로 몰아선 안 되겠지만, 일부 대형 업소들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확실히 존재했다. 그런 차에 버닝썬 논란이 터졌는데 이와 관련해 나오는 얘기들이 그동안의 괴담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 것이다. 이 불안을 안정시키려면 버닝썬뿐만 아니라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해보인다.

유흥업소와 경찰의 유착 의혹도 또 다른 괴담이었다. 버닝썬 사건에서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경찰로부터도 맞았다고 하니까 바로 이 유착 괴담이 겹쳐지면서 대중이 더욱 뜨겁게 반응했다. 이 부분도 버닝썬과 해당 지역 지구대와의 유착 여부뿐만 아니라 강남을 필두로 한 유흥업계 전반과 경찰의 관계에 대해 전면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이 유야무야 넘어가면 괴담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불안도 계속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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