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황교안·오세훈과 동렬에서 당권 각축
김진태, 이미 전당대회 최대 수혜자 자리 확보
'트럼프' 악플 접한 金 "나도 저렇게 대통령…"
대권주자 황교안·오세훈과 동렬에서 당권 각축
김진태, 이미 전당대회 최대 수혜자 자리 확보
당대표 선출에 70% 반영되는 책임당원 투표가 2·27 전당대회 당일 현장투표를 하는 대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완료됐다. '진짜 태풍'을 자처한 김진태 의원은 결과에 관계없이 이미 당권경쟁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전·대구·부산·성남에서 네 차례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의원은 항상 최대 규모의 지지자들을 몰고다녔다.
김 의원의 연설 순서가 호명될 때부터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일제히 '김진태' 피켓을 치켜드는 당원들의 모습에, 단상 앞자리를 차지한 각 지역 시·도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광경이 반복됐다. 김 의원도 "가는데마다 '김진태'를 외치고 있지 않느냐"며 "김진태는 '진짜 태풍'"이라고 자처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과 동렬에서 각축전을 벌인 것만 해도 김 의원에게는 '남는 장사'"라며 "결과는 그게 두 배 남기는 장사냐, 열 배 남기는 장사냐, 백 배 남기는 장사냐만 결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당권 레이스'를 통해 김 의원은 지금껏 한국당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분명 보수적이지만 보수정당의 주류와는 편한 관계가 아니다. 주류 언론으로부터는 경원시되거나 외면받거나 둘 중의 하나다. '건수'가 잡힐 때마다 일부 매체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아도, 김 의원을 향한 열광적인 지지층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여의도 정치를 혐오하며, 주류 언론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화당 주류와 불편한 관계이면서도 그 당의 대선후보로 대통령이 된 인물이자, 주류 언론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인물, 부정적 보도가 이어져도 워싱턴 정치와 기성 언론을 불신하는 지지층을 오히려 결집시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차분한 인물 △'노이즈 마케팅'을 즐기는 전략가 △일단 결론을 내리면 집행과 추진에 집중하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인천광역시장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협상을 했던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트럼프는 굉장히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며 "일단 어떤 결론이 이뤄지면, 집행력과 추진력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점은 김 의원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본 인물들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식사 자리에서 만나면 남의 말에 귀를 많이 기울이고, 합리적 조언도 적극 수용한다"며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분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본인도 23일 MBN에서 생중계된 당대표 후보자 최종 TV토론의 마지막 발언으로 "만나본 사람들은 다 안다"며 "'이렇게 부드러운 사람이었느냐'고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석에서는 차분, 좌고우면 않는 집행·추진력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 떠오르게 하는 김진태
애당초 김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차기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김 의원은 당시 사석에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2등을 했다고 해도, 당대표로 출마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재선이 출마하면 같은 재선들이 도와주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자리에서는 "나도 다른 의원들처럼 재선 때 원내수석하고, 3선 때 원내대표나 최고위원 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 홍준표 전 대표·김무성 의원의 재등판론,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의 당권도전론이 나온 것이 상황을 변하게 했다.
김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결단했고, 이후 수많은 '당권주자'들이 등판하고 사라지며 명멸하는 와중에서도 한 번 결단한 그는 흔들림 없이 당권 도전의 길로 갔다.
"황 전 총리가 등판하면 어떻게 할 꺼냐"라는 질문에, 김 의원은 "황교안은 황교안, 김진태는 김진태"라는 대답 외에 단 한 차례도 다른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황 전 총리의 등판이 현실화된 뒤, '황교안은 당대표, 김진태는 최고위원'으로 '교통정리'를 해보려는 당내 중진의원들의 설득도 일축했다.
'전당대회를 보이콧 하자'는 일부 후보들의 주장에는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일단 어떤 결론을 내리면, 좌고우면 없이 일직선으로 집행·추진하는 면모가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것이다.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 "차세대 지도자 될것"
'트럼프' 악플 접한 金 "나도 저렇게 대통령…"
지난해 12월 강원 춘천 한림대에서 열린 김 의원의 '전당대회 출정식'이 보도된 직후, 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왜 이런 기사가 이제야 나가는가 싶었다"며 "지역구에서 당원간담회를 했는데, 당원들 사이에서 김 의원의 인기가 아주 좋더라"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이 우리 당의 차세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64년생으로, 54세였던 지난 201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차점자가 됐다. 56세에 치른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권주자 황 전 총리, 오 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당 중진의원은 "이제는 김 의원이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주영 전 통일국민당 총재 이후 27년만에 등장한 강원 출신의 잠재적 대권주자이자, 부친의 고향이 경북 성주로 '한국당의 심장' 대구·경북의 지지 또한 기대할 수 있는 김 의원의 향후 정치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신을 빗댄 '악플'을 향해 밝힌 김 의원의 소감이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TV조선에서 생중계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김진태는 제2의 트럼프"라는 '악플'을 접하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재밌다"고 촌평했다.
김 의원은 "김진태가 제2의 트럼프라니, 저렇게 훌륭하고 고마운 말은 악플이 아니라 '선플' 아니냐"며 "트럼프는 주류 언론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으면서도 힘들게 정상까지 올랐기 때문에, 나도 가끔씩 저 분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설명하는 내내 입꼬리에 미소가 머물던 김 의원은 "나도 저렇게 대통령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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