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SK이노 노사가 보여준 ‘진짜 상생’
소모적인 노사관계 벗어나 새 지평 열어
선진 노사문화 구축…100년 기업 밑받침
소모적인 노사관계 벗어나 새 지평 열어
선진 노사문화 구축…100년 기업 밑받침
30분. SK이노베이션 노사가 2019년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데에 걸린 시간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달 18일 상견례에서 30분 만에 올해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5%에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7개월.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018년도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해온 시간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교섭을 시작했지만 해를 넘겨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 있어 임단협은 매년 넘어야 할 큰 고비다. 임금인상과 복지 등을 놓고 매년 노조와 지루한 협상을 벌여야 하고 그 와중에 노조가 파업이라도 벌이면 막대한 생산차질과 비용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발생한 유무형적 손실은 회사뿐 아니라 근로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임단협에서 그해 12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결국 해를 넘겨 2차 잠정합의안을 만들고서야 타결을 이뤘다.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킴으로써 현대차 노조는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을 추가로 얻어냈다. “버티면 더 받아낸다”는 생각이 팽배한 노사관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런 현실에서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임금협상 과정은 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투쟁과 파업으로 점철된 소모적인 노사관계를 벗어나 노사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입장에서 임단협 과정에서의 악습을 벗어난 선진 노사문화 구축은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노조와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SK이노베이션 노조의 열린 생각은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에 연동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는 걱정이 됐으나, 지난 3년간의 결과를 보면 올바른 방향이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갈등과 대립 없이 한 마음으로, 임금인상률을 안정시켜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의 발언에서 SK이노베이션에 선진 노사문화가 뿌리내리기까지 노조의 힘이 절대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30분 만에 만들어진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87.6%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 개별 조합원들도 노조 집행부의 열린 생각에 동의하고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기업에서 발전적 노사관계 구축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밑받침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해와 신뢰에 기반한 선진 노사관계는 향후 SK이노베이션이 100년, 200년 기업으로 성장‧발전하는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노사갈등에 발목 잡혀 현안도 뛰어넘지는 못하는 노사가 100년 기업을 말할 수 있을까. SK이노베이션 노사가 보여준 ‘진짜 상생’이 더 가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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