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0주년’ 맞은 SK인천석유화학, 지역‧협력사 상생으로 ‘딥체인지’
1985년 시작한 벚꽃축제…인천 대표 봄 축제로 자리매김
석화업계 최초 ‘작업중지권’ 도입…협력사 안전‧상생 경영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10일 오후 SK인천석유화학에서 봄을 담은 노래가 울려 퍼지고 벚꽃 잎이 봄바람에 휘날렸다. 연인들은 벚꽃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추억을 담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석유화학공장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풍경이 SK인천석유화학에서는 매년 봄마다 펼쳐진다. 지역사회와의 화합‧상생을 위해서다.
SK인천석유화학은 다른 석유화학 공장과 달리 석유화학단지에 위치해 있지 않다. 당초 공업지역 내 발전소에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돼서다. 이후 도시가 팽창하면서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이 때문에 SK인천석유화학은 ‘안전‧상생’을 거듭 강조해오고 있다.
올해로 35년째를 맞이한 ‘SK인천석유화학 벚꽃 축제’도 지역 주민과 화합, 상생을 위해 시작됐으며, 인천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한 인천 대표 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관람객이 이를 증명해 준다. 2014년 약 1만9000명에 달하던 관람객은 지난 해 약 5만8000명까지 늘어나는 등 최근 5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이날 연인 단위 관람객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약 1.5km 산책로를 따라 벚꽃나무 6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벚꽃동산’에서 연인들은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관람객들은 한가로이 SK인천석유화학 산책길을 거닐면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이배현 SK인천석유화학 경영혁신실장은 “벚꽃동산은 1969년 회사 창립과 함께 조성돼 50년 간 구성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우리 회사 역사의 산 증인이자 지역 사회의 큰 자산”이라며 “‘절세미인’이라는 벚꽃의 꽃말에 걸맞게, 벚꽃동산을 아름답게 가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안전‧상생 경영 통해 새로운 50년 준비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은 SK인천석유화학은 협력사와의 상생에도 앞장서고 있다. ‘협력사 안전‧상생 경영’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1969년 경인에너지개발로 출발, 한화그룹 소속이었다가 1999년 현대오일뱅크에 인수됐다. 이후 2001년 부도와 2003년 법정관리로 대규모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었다.
2006년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가 법정관리 상태였던 SK인천석유화학을 인수한 후, 안전‧환경 관리 시설 강화, 에너지 효율 증대, 운휴공정 정비 등 공장 정상화 작업과 단일공장 국내 최대 규모인 연간 130만t 규모의 파라자일렌(PX‧페트병, 합성섬유 등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 화학제품) 공장을 신설하며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상압증류공정(CDU)과 초경질원유 분리공정(CSU)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석유화학사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PX는 품질의 차이가 없어 제조원가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며 “SK인천석유화학은 경쟁력 있는 설비구조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원료를 시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투입해, 경제성 있는 PX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협력사 작업중지권’…협력사 상생 ‘대표 모델’
업계 최초로 도입한 ‘협력사 작업중지권’은 SK인천석유화학 협력사 상생모델의 대표적 사례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7월 18개 협력사 구성원이 참여한 ‘안전결의대회’를 열고, ‘작업중지 권한 이행 서약식’을 시작으로 ‘작업중지권’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작업중지권은 작업환경에 위험요소가 있거나 안전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근로자 판단 아래 즉각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협력사 구성원이 ‘작업중지권’을 발동한 횟수는 20여건에 달한다. 사상 유례가 없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 여름과 지난 겨울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 등 기후 조건에 따른 작업중지가 10여건이고 나머지 절반은 안전조치 미흡 등으로 발동됐다.
특히 가스 검지기 점검 시 작업자세가 불안정함에 따라 추락위험이 발견돼 작업중지권이 발동된 사례는 좋은 본보기로 꼽힌다. SK인천석유화학은 작업중지권이 발동되자 전체 1200개 가스 검지기 점검 실태를 조사했다. 이중 총 5개의 가스 검지기가 점검 시 위험요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리모트 컨트롤를 도입해 가스 검지기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것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제도 도입 당시 협력사가 작업 중지로 인한 불이익을 염려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SK인천석유화학은 입찰안내서 및 공사계약서 등에 ‘작업중지 권한’을 반영하며 협력사 구성원 안전을 위한 SK인천석유화학의 강한 의지를 담았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최근까지 60페이지가 넘는 안전절차서를 개선‧보완했지만, 현장에서는 미세한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는 안전절차서가 담지 못하는 현장의 불안전한 상태가 있었던 것”이라며 “상호 신뢰와 존중이 없었다면 작업중지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업중지권으로 작업자가 스스로 안전을 확보하고, 협력사 구성원의 안전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협력사와 함께 나누는 ‘임금공유’ 상생모델 도입…사회적 가치↑
SK인천석유화학 노사는 지난 2017년 6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임금 일부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공유’ 상생 협력모델을 도입했다.
이 모델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매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나누고 회사가 일대일(1:1)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해 전달하는 형태다.
최초 시행된 2017년 구성원 임금 일부와 회사 매칭그랜트로 조성한 2억원을 16개 협력사 286명의 구성원들과 나눴다.
또 ‘1% 행복나눔’으로 확대 개편된 2018년에는 SK인천석유화학 전체 구성원의 98%(601명)가 동참해 총 5억2000만원의 기금이 조성됐고, 이중 절반인 2억6000만원이 협력사 구성원들에게 전달됐다.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은 “지난 50년간 수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경인지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곁에서 함께 해준 협력사 덕분”이라며 “앞으로 동반성장 파트너인 협력사 구성원이 함께 행복해지고 안전한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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