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구단주’ 리버풀 우승 숨은 조력자
헨리 구단주 부임 후 두 번째 우승 트로피
'명장' 클롭 날개 달면서 명가 부활 신호탄
리버풀이 14년 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명가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리버풀은 2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완다 메트로폴리타노)서 열린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 토트넘과의 결승서 2-0 승리했다.
이로써 리버풀은 지난 시즌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을 1년 만에 풀며 유럽 정상 자리에 복귀했다. 리버풀의 우승은 통산 6번째이며 ‘이스탄불의 기적’을 썼던 2005년 이후 14년 만이다.
통산 우승 순위에서도 단독 3위로 뛰어오른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이번 결승전이 열리기 전까지 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와 함께 공동 3위에 위치해있었다. 이제 리버풀보다 우승 횟수가 많은 팀은 레알 마드리드(13회), AC 밀란(7회)뿐이다.
리버풀은 지난 2010년 구단의 일대 변혁을 맞았다. 바로 구단주 교체였다. 당시 리버풀은 조지 질렛, 톰 힉스 공동 구단주가 그야말로 막장 운영으로 팀을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가던 상황이었고, 미국의 자본가 존 헨리가 16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를 내며 구단을 인수했다.
펜웨이 스포츠 그룹의 수장인 존 헨리는 잘 알려져 있듯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펜웨이 스포츠 그룹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리버풀 외에 세계 3대 자동차경주 대회인 미국 나스카 소속의 러쉬 펜웨이 레이싱팀도 운영 중이며 펜웨이 스포츠 매니지먼트, 뉴잉글랜드 스포츠 네트워크(NESN)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스포츠 기업이다.
존 헨리 체제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당시 헨리 구단주는 ‘머니볼’의 효과를 톡톡히 본 탓에 이를 축구에도 접목시키려 했고 공격 일변도의 팀 전술 운용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실패였다. 리버풀은 2010년대 초반 루이스 수아레스를 데려오며 큰 재미를 봤지만, 페르난도 토레스의 대체자로 영입한 앤디 캐롤이 구단 역사상 최악의 영입으로 손꼽혔고 크리스티안 벤테케 영입마저 실패로 돌아가며 지나친 간섭을 일삼는 구단주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혔다.
헨리 구단주는 영리한 인물이었다. 곧바로 팀의 문제점을 파악, 공격보다 수비 안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영입된 선수들이 버질 판 다이크, 알리송 베커 골키퍼였다.
헨리 구단주가 팀을 인수하고 리버풀이 쏟아 부은 이적 자금은 어마어마하다. 2010년 이후 리버풀은 10억 557만 유로(약 1조 3355억 원)를 선수영입에 사용했는데 이는 전 세계 축구클럽 가운데 7번째로 많은 지출이었다.
성과는 미미했다. 비슷하게 10억 유로 이상을 지출한 클럽들 중 바르셀로나, PSG, 유벤투스처럼 리그를 지배하지도 못했고 맨체스터 시티, 첼시처럼 꾸준히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데도 실패했다. 올 시즌 이전까지 헨리 구단주 체제에서의 리버풀이 들어 올린 트로피는 2011-12시즌 리그컵이 유일했다.
명가 부활의 또 다른 조건이 감독임을 깨달았던 헨리 구단주는 2015년 위르겐 클롭 감독을 영입했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부임 4년 이내에 우승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클롭 감독은 올 시즌 리그 포함, 무려 네 차례나 준우승에 머물며 아쉬움을 삼켰으나 가장 큰 대회인 챔피언스리그 빅이어를 차지하며 명장임을 입증해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앓았던 지긋지긋했던 ‘밤비노의 저주’는 헨리 구단주에 의해 깨졌다. 그리고 이제는 리버풀의 EPL 출범 후 리그 무관이라는 숙제를 다시 안게 됐다. 영리한 구단주의 전폭적 지원 속에 클롭이라는 명장의 날개를 단 리버풀이 다음 시즌 리그 우승의 목마름을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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