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호대전 종지부? 9년 전 메시와 다른 호날두
‘호날두 노쇼’ 등 프로정신 결여된 행동에 실망
과거 내한했던 메시와 극명한 대조
한국 축구팬들의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9년 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프로 정신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는 이벤트 매치임에도 높은 수준의 경기력과 많은 득점이 쏟아지면서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슈퍼스타 호날두를 보기 위해 비싼 가격의 티켓을 구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선경기 주최사 '더 페스트'는 유벤투스 내한을 추진하면서 호날두의 '45분 이상 출전 조항'을 삽입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이에 티켓 예매 오픈 2시간 반 만에 모두 매진을 기록할 만큼 호날두 내한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 12년 만에 다시 내한한 호날두는 예정된 사인회에 등장하지 않았다.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불참의 이유였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벤투스 선수단 버스가 경기 시작인 8시에 도착하지 못해 50분 이상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팬들은 호날두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무더위를 이겨내고자 했다.
호날두는 벤치 명단에 포함됐다. 문제는 후반전이다. 45분 이상 조항으로 인해 후반 초반에는 출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벤치에만 앉은 채 몸도 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자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고, 급기야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호날두는 경기 후 믹스트존을 지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한국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탈리아로 떠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축구팬들은 호날두와 메시를 다시금 비교 대상에 올렸다. 9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바르셀로나와 K리그 올스타의 경기를 앞두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메시의 결장을 발표하면서 파장이 일어났다. 메시의 몸 상태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다음날 메시는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출전 시간은 불과 15분이었지만 한국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2골을 터뜨리며 클래스를 과시했다. 메시는 2박 3일 일정 동안 팬사인회, 기자회견에도 참석하는 등 호날두와는 차별화된 언행을 보여줬다.
호날두는 메시와 언제나 비교되는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결여된 프로 정신과 팬들을 기만하는 행동에서 축구팬들은 메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듯 보인다. 경기 후 "오늘따라 (호날두가 아닌)메시가 최고 같다"는 이동국의 말처럼, 한국에서의 '메호대전'은 메시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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