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보수 회복은 앙시앙레짐 부활이 아냐"
장제원 "'구체제 부활' 착각에 기이한 악재들"
이문열 "보수 회복은 앙시앙레짐 부활이 아냐"
장제원 "'구체제 부활' 착각에 기이한 악재들"
자유한국당 내부 뿐만 아니라 범보수 진영에서 한국당이 우리공화당과 절연(絶緣)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과의 관계를 애매하게 설정하는 탓에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됨은 물론 보수 분열마저 가속화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문단의 거목이자 보수의 원로인 이문열 작가는 30일자로 보도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얼마 전 공천 파동을 주도한 계파 중진의원이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총재로 모시고 새 당을 만들어 우파 복원을 하겠다면서 기세등등하게 뛰쳐나가더라"며 "어째 한국당에서는 따끔한 논평 한마디 나오지 않느냐"고 꾸짖었다.
이 작가는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서 꺼내는 게 어떻게 지금 보수의 당면과제나 우선가치가 될 수 있느냐"며 "보수의 회복이 정신 못 차린 왕당파의 반동이나 왕정복고, 앙시앙레짐의 부활이 아니라는 것쯤은 상식 아니냐"고 일갈했다.
지난달 8일 경기 이천에 있는 자신의 문학사숙 부악문원을 찾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도 이 작가는 이러한 맥락의 쓴소리를 한 바 있다.
당 밖의 보수 원로들만 이러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당 내에서도 혁신 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화당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박맹우 사무총장이 지난 4일 '보수의 미래' 포럼의 이완영 전 의원 송별모임에서 홍문종 공화당 공동대표와 만나 선거연대와 공천 관련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박 총장이) 처음에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가 뒤에 입장이 조금 바뀌었는데,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당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보수통합이나 연대에는) 바람직한 파트너가 어디가 우선이 돼야 하는지 별개의 문제"라고 극도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 탈당파의 복당불가 선언 필요성도 제기
나경원 "공화당, 당 존재 미미해지며 정리된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과거 세력들의 '반동'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구체제의 부활'이 가능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한 기이한 악재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변화하지 않는 보수는 '수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세연·장제원 의원의 견해도 공화당과 모종의 논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국당의 악재이며, 이 작가가 말한 '앙시앙레짐의 부활' 시도처럼 보이면서 국민들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가올 총선에서 공화당과 일체의 선거연대 시도나 접촉이 없을 것임은 물론 공화당으로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과 정치인들의 한국당 복당 불가를 명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보수 분열 세력을 조기에 고사(枯死)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날이 세를 불려가고 있다.
특히 총선이 다가왔을 때,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을 마치 흥정거리처럼 삼아 공화당과 지역구를 나누는 구태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서는 그야말로 TK 외의 권역에서는 한국당이 전멸에 가까운 참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우택 의원은 "만약 그렇게 (TK를 쪼개거나 나누는 등 공화당과 흥정)한다면 선거를 희화화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며 "우리 (한국)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공화당에 굳이 선을 긋고 나서는 것 자체가 '관심'을 주는 일이라며, 아예 공화당에는 일체의 관심을 주지 말고 손바닥을 마주쳐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출입기자단과의 티타임에서 "우리공화당은 당의 존재가 미미해지면서 자연스레 정리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일부 매체 출입기자와의 오찬에서 "'왜 투쟁하지 못하느냐"고 하는데 우리 스케쥴대로 가면 된다"며 "내가 친박을 키워야겠다는 뜻으로 당에 온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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