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스마트폰 부진에 경제 보복까지 ‘악재’ 겹쳐
리스크관리 등 종합대책 수립…6일부터 사업장 방문
반도체·스마트폰 부진에 경제 보복까지 ‘악재’ 겹쳐
리스크관리 등 종합대책 수립…6일부터 사업장 방문
일본의 수출 구제가 본격화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5일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긴급 대책 회의를 갖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대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이 부진한 상황인 데다가 일본 수출규제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직접 주재한 사장단 회의는 알려진 것만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초 3개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이후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현지를 방문했다. 귀국 이튿날인 같은달 13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최고경영진과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본 출장 결과를 사장단과 공유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확보 현황과 향후 사업에 대한 영향 등을 논의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칭가스(고순불화수소)·리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2~3개월 내에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졌고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 삼성전자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급하게 일본 출장길에 올랐고, 지난 12일까지 현지 재계와 금융계 관계자들을 만나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따른 해법을 논의했다.
이어 두 번째로 소집한 이날 회의에는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한종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도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사장단은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제히 여름휴가를 보류하기까지 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6일부터 전국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사안을 직접 챙길 방침이다. 평택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과 기흥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온양과 천안의 반도체 개발·조립·검사 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등이 방문 일정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규제로 영향을 받을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의 밸류체인 전 과정을 둘러보고 현안을 직접 챙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일본산 부품 소재를 활용해 IT·전자기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나란히 부진한 상황에서 추가 악재가 겹쳐 이재용 부회장의 고뇌가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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