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속 홈런’ 페게로, 페타지니 향기 뿜나
키움전서 김선기 상대로 리그 첫 그랜드 슬램
2경기 연속 홈런포로 서서히 적응 마쳐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페게로(32)가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페게로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역전 만루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8-7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페게로는 1-3으로 뒤진 5회 말 2사 만루에서 키움 선발 김선기의 직구를 통타해 우월 역전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타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 외야 상단에 떨어졌다. 비거리는 137m.
지난 11일 SK전서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 올린 페게로는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마침내 KBO리그 적응을 다 마친 모습이다.
잔부상을 달고 살았던 외국인 타자 토미 조셉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페게로는 첫 15경기에서 타율 0.228에 그치며 리그 적응에 애를 먹었다. 이 기간 그가 기록한 안타 13개 가운데 장타는 단 1개도 없었다. 결국 데뷔전에서 4번 자리를 맡았던 페게로의 타순도 어느 순간 6번으로 조정됐다.
당초 LG는 2016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서 3시즌 동안 53개의 홈런을 기록한 그의 장타력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일본서 활약할 당시 비거리 160m의 초대형 홈런을 기록하는 등 파워에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었다. 여기에 일본서 아시아 야구를 미리 경험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홈런포가 터지기까지는 무려 한 달 가까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첫 홈런포가 터지고 나니 이후에는 제대로 감을 잡은 모습이다.
만약 페게로가 '장타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다면 LG의 후반기 막판 순위 싸움도 제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내심 LG 팬들이 기대하는 페게로의 모습은 10년 전 리그를 주름 잡았던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임팩트다. 성이 같은 ‘페’로 시작하고, 장타력을 갖춘 좌타 1루수라는 점에서 페게로는 페타지니의 모습을 기대케 하고 있다.
페타지니는 2009시즌 타율 0.332, 26홈런, 출루율 0.468를 기록하며 LG 역대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선수로 꼽히는 사례다. 비록 시작은 미약했으나 비로소 페게로는 페타지니의 향기를 조금씩 뿜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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