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S 0.790' 롯데 이대호, 에이징 커브 극복할까
팀 꼴찌 추락에 책임 큰 고액 연봉자
2020시즌 이후 FA 취득..반등 절실
2019시즌 타율 0.285 16홈런 88타점 OPS 0.790.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KBO리그 평균 이상의 준수한 성적표지만 이 기록의 주인이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7)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7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50억 원의 KBO리그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연봉이 25억 원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2019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WAR(케이비리포트 기준)이 1.7에 그쳐 이른바 '가성비'는 최악이다.
이대호는 KBO리그 복귀 2년차였던 2018년까지만 해도 타율 0.333 37홈런 125타점 OPS 0.987 WAR 4.7을 기록했다.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따내며 개인 통산 6번째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황금 세대’ 일원인 1982년생으로서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대호와 ‘에이징 커브’는 무관해 보였다.
2019시즌을 앞두고 이대호는 ‘옛 스승’ 양상문 감독과 재회했다. 양상문 감독이 롯데의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2004년과 2005년 이대호는 ‘유망주 껍질’을 깨고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롯데의 사령탑으로 두 번째 취임한 양상문 감독과 리그 대표 타자 이대호의 의기투합으로 롯데는 1992년 이후 26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듯했다.
하지만 롯데는 전반기를 최하위로 추락한 채 마쳤고, 올스타전 휴식기 첫날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반 퇴진했다. 명목상으로는 자진 사퇴였으나 사실상 팀 성적 부진으로 인한 경질에 가깝다. 롯데는 후반기를 공필성 감독 대행 체제로 치렀으나 창단 첫 10위의 불명예를 피하지 못한 채 굴욕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 롯데의 추락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기본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경험마저 일천한 포수진,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내외야 수비,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한 마운드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히고설킨 결과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대호의 침묵도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이대호는 한때 4번 타자를 내려놓기도 하고 후반기에 2군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예전의 강력한 면모를 되찾지는 못했다. 2군에 내려갔을 때 지난 9월초 선임된 성민규 단장이 면담을 통해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시즌 초반 부진했을 때 일찍 2군에서 재정비했다면’ 하는 만시지탄만이 남았다.
1년 뒤 이대호는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다. 선수 본인은 물론 롯데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2020년 반등은 절실하다.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는 베테랑 이대호에게 남은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신임 허문회 감독 체제 하에서 이대호가 부활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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